미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올해 안에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때 미 채권시장에서는 조기 금리인상설이 대두되면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4% 선에 육박하는 등 금리상승 압력이 커졌었다. 이에 FRB가 시장 진화에 나선 것이다.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수개월 이내는 아니더라도 연말께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고개를 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전망은 FRB가 작년 12월 정책금리를 0∼0.25%로 낮춘 데 이어 모기지채권과 장기물 국채 직접 매입 등의 수단으로 이른바 양적 완화 정책까지 동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왔기 때문에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한 '출구 전략(exit strategy)'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과거와 같이 과잉유동성이 초래한 자산거품이 꺼지면서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FRB가 과잉유동성 흡수를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위기 진화에 나선 '소방수 FRB'의 입장에서 불을 끄는 데 거의 성공했다면 이제는 재빨리 화재현장에서 탈출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미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는 이러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날 FOMC회의의 결과는 출구 전략을 운운할 단계까지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상황인식을 보여준다.
FOMC 발표문은 경기가 점진적인 회복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현 상황에서 중앙은행으로서는 경기 진작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 초저금리 기조의 지속 의지를 확고히 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은 미약할 것이라고 평가함으로써 조기에 선제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처럼 FRB가 상당기간에 걸쳐 금리인상이 없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이면에는 경기회복 양상이 아직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일본 중앙은행이 미미한 경기회복 신호가 보일 때 선제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렸다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간의 침체를 불러왔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FRB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또 한국의 경우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주택시장이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동안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자산버블을 야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FRB가 진단한 셈이다.
금리인상이 연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또 다른 요소는 실업률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과거의 예로 볼 때 실업률이 정점에 도달하기 이전에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면서 "내년 상반기가 돼야 실업률이 최고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금리인상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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