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금융프리즘) 간담상조까지는 아니더라도...

2009-06-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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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상조(肝膽相照)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간과 쓸개를 내놓고 서로에게 보인다는 뜻으로 모든 것을 드러내놓는 친밀한 사이를 말한다.

간담상조의 유래는 이렇다. 중국 당나라 시대 유종원이라는 사람이 유주자사에 임명됐다. 마침 그의 친한 친구였던 유몽득은 파주자사로 가게 됐다.

   
 
민태성 금융부 차장
유종원은 이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파주가 몹시 궁벽한 변방이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갈 수도 없을 뿐더러 이같은 소식을 어머니께 알리지도 못할 친구의 처지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유종원은 결국 자신이 간청하여 몽득 대신 파주로 가기로 결심한다.

유종원이 죽은 후 당송 8대가의 한 사람으로 문장가이자 정치가, 사상가인 창려 한유는 유종원의 묘비명에 이렇게 썼다.

'사람이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참된 절의가 나타나는 것이다. 평소에는 서로 그리워하고 같이 술을 마시며 놀고 즐겁게 웃는데 마친 간담을 내보이는 것처럼하고 죽는 한이 있어도 우정만은 변치 말자고 맹세한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있으면 눈을 돌려 모르는 듯한 얼굴을 한다'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실손의료보험 보장한도를 현행 100%에서 90%로 낮추고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방안이 결정되면서 생보업계와 손보업계간 갈등의 골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국내 의료보험은 국가가 운영하는 의무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민영의료보험으로 구성된다.

민영의료보험이란 본인 부담분을 민영 보험사가 대신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실손형의료보험은 생보사 상품이 실제 의료비의 80%만 보장하고 손보사는 100%를 보장하도록 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실손형 상품 보장한도를 90%로 축소하는 방안을 10월부터 시행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갈등이 심화되면서 손보업계에 이어 생보업계 사장단이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당국에 건의문을 전달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생보업계와 손보업계는 다루는 상품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형제와도 같다. 그동안 생보업계가 장기보험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등으로 사업영역이 구분됐지만 이제 상당한 상품에서 서로 사업이 겹치고 있다.

경쟁자인 동시에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기이도 한 것이다.

가뜩이나 보험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실손형 의료보험을 둘러싼 양 업계의 갈등은 소비자들의 이익은 등한시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관계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의료보험의 보장한도를 왜 90%로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도 확립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행동에도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실손 의료보험 시장은 4조7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당장 눈앞의 4조7000억원 시장보다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쪽이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보험업계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간담상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힘을 합친다면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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