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베르테르 효과’

2009-06-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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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붕의 생각나무>

640만 달러의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서거했다.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자살에 국민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의 영결식이 끝나고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추모열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쓸쓸히 머물다가 ‘국민 통합’이란 유서 한장만 남기고 홀연히 떠난 봉하마을을 찾는 추모인파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온 국민은 아려오는 가슴을 움켜쥐면서도 그의 마지막 떠나는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그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의 물결도 파도처럼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후폭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수많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총체적인 혼란과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시중에 떠도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은만큼 가장 우려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베르테르 효과’이다.

베르테르 효과는 독일의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됐다. 소설 속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연인과 헤어진 후 자살을 택하게 되는 이 책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되자 유럽에서는 각종 모방자살이 급증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05년 2월 영화배우 이은주가 자살한 후 1개월동안의 자살건수가 다른 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8%나 증가했다. 이후 최진실, 안재환 같은 유명 연예인들 자살 이후에도 자살률은 어김없이 증가한 바 있어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도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날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사망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2007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은 24.8명으로 헝가리 21명, 일본 19명, 핀란드 18명 등보다 더 높다. 우리나라의 한해평균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약 8000명인 반면,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2000명에 달한다. 

자살충동의 원인으로 남성의 경우 경제적 이유가 가장 많고 이어 가정불화, 질환장애 순이다. 여성은 가정불화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질환장애, 이성문제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인 자살률이 매우 높다. 65~74세 노인 10만명 당 자살률이 64.9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그리스의 4.9명보다 13배나 많다.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연예인들의 자살과 다르다는 점에서 자살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날 소지가 많다.  한 국가의 수장이었던 인물의 자살이 불러일으키는 파장은 연예인이나 다른 유명인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작년 후반기부터 불어닥친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각종 경기지표들이 긴 'L자형'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경기불황탓에 '저런 사람도 자살하는데 나 같은 사람이 살면 뭐하나'라는 생각마저 들만큼 많은 사람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사회저변에 자살 충동요인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모두가 성숙된 이성으로 슬픔을 헤쳐 나가는 슬기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할 때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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