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의 싱글 톨 아메리카노) '석면'파동에 온나라 벌집···"아들아 미안해"

2009-04-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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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용품인 베이비파우더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다. 엄마들의 놀란 입은 좀처럼 다물어 지지 않는다.

엄마들의 끔찍한 자식사랑에 혹시라도 하루 종일 기저귀를 차 땀띠나 짓물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워 베이비파우더를 듬뿍듬뿍 바른다. 아무리 어려워도 내 자식은 건강해야 하니까.

베이비파우더에서 검출된 석면 공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성화장품과 의약품으로 옮겨갔다.

석면이 검출된 베이비파우더에서 문제가 된 원료인 '탈크(talc·활석·滑石)'가 파우더·파운데이션·트윈케이크 등 피부색을 밝게 하는 제품과 아이섀도 등의 색조 제품 등 여성 화장품 상당수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20대를 넘어서면서 화장을 시작하는 여성들은 수십 년씩 석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은 원료인 중국산 탈크에 자연산 석면이 섞여 있는 데다 제조 공정에서도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석면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공기에 떠다니는 석면을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폐암, 석면폐, 악성종피종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공사장에서도 석면의 사용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하물며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기의 온 몸에 바르는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들어 있대서야 말이 아니다. 

이런데도 해당 기업과 보건당국의 대처는 느슨하기 짝이 없었다.

미국과 유럽에선 '의약·화장품 등에서 석면이 검출돼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명문화돼 있고 2005년부터는 유아제품에 탈크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해 왔다. 우리나라에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석면을 0.1% 이상 함유한 제품의 제조 및 수입을 금하고는 있지만 이는 건축자재 등에 해당하는 규정일 뿐 생활용품은 규정 자체가 없다.

식약청이 석면 함유 베이비파우더의 판매를 금지하고 회수조치를 내렸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식약청은 부랴부랴 7일 오후 석면 함유 탈크와 관련해 소비자단체 및 의약품, 화장품 등 관련 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석면성분 검출이후 현재까지의 추진현황을 설명했다. 그간의 행정조치 등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유관단체 협의회인 것이다.

특히 식약청은 유명 화장품 업체 2곳에 공급된 탈크 원료에서 추가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소비자들의 피해보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7일 현재까지 상담 63건과 피해구제 접수 25건이 접수되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보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성난 네티즌도 잠자코 있을 리 없다.

지난 1일 개설된 인터넷 포탈 다음의 석면 베이비파우더 소송모임(http://cafe.daum.net/cancerpowder)은 개설 2일만에 회원 수 700명, 방문자 수 3000여 명이 훌쩍 넘었다.

보건당국은 이제라도 해당 제품의 회수를 철저히 점검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탈크에 석면이 검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탈크 기준·규격개정안을 시행한다니 지켜볼 일이지만 베이비파우더뿐만 아니라 석면 함유 의심 상품 모두에 대한 일제 점검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들여오는 원료의 인체 위험물질 함유 여부를 철저히 검사하는 등 보건 및 수입통관 시스템에도 대폭 손질을 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기조차 마음놓고 키우지 못하는 세상이어서야 어떻게 살겠는가.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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