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표가 잇달아 호전되면서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 주택시장에 돌고 있는 봄기운이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유발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탓이다.
물론 경기 회복 징후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모든 정책 역량을 경기부양에 쏟아붓고 있는 만큼 경기침체 속도가 더뎌지다 조만간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호전되는 美 경제지표 =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1% 안팎의 상승률로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다우지수(7749.81)는 이달 들어 9.72% 올랐고 S&P500지수(813.88)도 10.71% 상승했다. S&P500지수의 경우 월간으로는 지난 1991년 이래 최대폭 올랐다. 이달 초 지수가 12년래 최저치로 밀렸던 데 비하면 '상전벽해'다.
지수는 잇단 경제지표 호조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는 2월 내구재 주문과 신규주택 판매 실적이 각각 3.4%, 4.7% 늘었다고 밝혔다. 모두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으로 내구재 주문이 늘기는 7개월만이다.
앞서 발표된 2월 소매판매도 예상외의 호조를 보였고 주택 관련 지표들 역시 잇달아 깜짝 실적을 뽐냈다. 2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전월 대비 22.2% 늘어 8개월만에 처음 증가세를 기록했고 1월 미국 주택가격도 1.7% 올랐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 오른 것이다. 2월 기존 주택 판매 실적 역시 지난 2003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5.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표 호전 소식에 미국의 경기부양정책을 이끌고 있는 미 재무부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CNBC방송에 나와 "경제침체 속도가 일부 영역에서 둔화되고 있다"며 "이는 향후 전망을 밝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기 극복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경제 전반과 금융시스템에 충분한 역량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찰스 스미스 포트피트캐피털토털리턴펀드 매니저도 "상황 호전의 시작으로 시장은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이미 경험했다'고 말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이날 증시 상황을 전했다.
◇'대공황' 재연은 없다 = 최근의 위기가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대공황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NN머니는 이날 이번 경기침체를 '대공황(Great Depression)'과는 차원이 다른 '대침체(Great Recession)'로 규정하고 대공황과 같은 최악의 위기는 없을 것이라며 몇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그 중 하나는 미국의 GDP 하락세가 대공황 때만 못하다는 것. 침체가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 이후 미국 GDP는 1.7%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1929년부터 1933년까지 GDP는 무려 26.5% 떨어졌다. 지난 2월 미국의 실업률도 8.1%에 불과해 대공황 기간의 30%에 크게 못 미친다. 경제지표만 두고 볼 때 대공황이 실제로 재연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또 대공황 이후 만들어진 안전장치와 강화된 정부의 대응능력이 대공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공황기에 각국 정부는 글로벌 공조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보호관세를 도입하고 생산량과 가격을 통제하는 보호무역정책을 취했다. 유동성 공급에도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국제교역과 소비 침체로 불황은 더 깊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보호무역은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도 없는 용어가 됐고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경기부양에 쏟아붓고 있다.
키이스 헴버 퍼스트아메리칸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대공황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많다"며 "미 의회가 지난달 승인한 787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도 경제 활동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