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 임금 및 단체 협상에서 사측 대표인 은행연합회가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 재원마련과 관련, 신입사원 연봉 20% 삭감을 내세울 방침이라 금융권 노조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노조측은 사전에 노조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연합회의 일방적 주장은 수용할 수 없고 초임 삭감이 결국 기존 직원들의 임금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에서 잡셰어링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 노사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조측은 연봉 삭감을 통한 재원 마련은 질적, 양적 확대를 동반하지 않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정책으로 결국 부당한 임금 삭감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들이 노조와 동의는 물론 대화도 하지 않고 임금을 무작정 줄이려고 하고 있다"면서 "연합회의 일방적인 임금 삭감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일자리 줄이라고 지시한 정부가 이번에는 임금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는 모순된다"고 말했다.
금융산업노조 관계자도 "금융노조는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전부터 반대를 해 왔다"면서 "임금동결 및 고용유지는 노사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연합회의 일방적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경기가 좋을 때 쌓아온 유보금을 일자리 나누기에 사용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은행연합회회측은 "잡셰어링 재원마련과 관련, 대졸 초임의 연봉 삭감 및 경비절감, 연차수당 환원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며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을 다소 줄이더라도 일자리를 늘릴 방안에 대해 노사가 함께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또 "초임 삭감이 기존 직원 임금삭감으로 번질까하는 우려로 반발이 커진 것 같다"며 "연합회측은 기존 직원 임금 삭감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치 않았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최근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기존 직원들의 급여를 줄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노조측도 연합회의 이 같은 입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금융노조 고위 관계자는 "연합회가 처음부터 기존직원 임금 삭감 얘기를 꺼내면 노조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며 "막상 협상 테이블에 들어가면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연합회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태도는 그 동안 많이 봐 왔다"며 "신입 및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을 통한 잡셰어링에 대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노조의 잡셰어링 반대 움직임을 두고 이기적인 반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전산업군이 뛰어들고 있는 마당에 유독 은행의 반발이 거세다"며 "어려울 때 일수록 나누는 미덕을 보여야 할 것"라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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