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건설사 구조조정, 정상 기업도 고사 위기

2009-06-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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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8년 10월 21일 부동산 대책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건설사 등의 구제책으로 대주단 협약이 시작되었다.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를 지원하는 제도로서 협약에 가입하면 채권금융회사로부터 최장 1년간 채무상환유예를 받고, 자금지원을 제공받는다. 하지만, 이 협약의 유효기간은 2010년까지 한시적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유동성을 확보하고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여 재무적인 건전성을 회복해야한다.

문제는 대주단 가입이 당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돈맥경화'를 풀려고 했던 당초 취지와 달리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정상 기업까지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 대주단 가입이 ‘상생부(相生簿)’라던 정부의 말과 달리 시장에서는 '살생부(殺生簿)‘였다는 평가도 있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과 거래하던 협력사들에 대한 지원도 현재까지 '구두 약속'에 그치고 있다. 당초 채권단과 금감위는 C등급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신속지원 프로그램(패스트트랙)을 우선 적용해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C등급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협력업체들은 금융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시중 은행들의 경우 1차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부분 지원을 하고 있지만 2, 3차 업체에 대해서는 사실상 지원하지 않고 있다. 지원을 하더라도 추가 담보나 신용보증기관의 추가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B등급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도 어음 할인을 제때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

건설사 워크아웃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용등급 동결, 추가 지금지원 등이 절실하다. 현재 워크아웃 건설사는 신규자금 차입이 불가능하고 거래업체와의 신용거래가 제한돼 경영자금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자재업체, 하도급업체 등 협력업체가 적기에 거래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현금거래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건설사의 현금수요가 더욱 커지고 있다.

건설업체가 생존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분양주택을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 추정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16만 가구(업계 추정으로는 25만-30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양도세를 완화하고,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의 강도 높은 정책을 활용하여 미분양 가구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려면 구조조정의 해결사가 필요하다.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가 있지만 채권단간 이견을 강제조정 할 권한이 없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의 자율적 해결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원칙만 되풀이하여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은 실물경제에 자금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므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여 자금 순환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정부가 직접 은행에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도록 독려하고 정상기업에는 충분한 자금지원을 하도록 세심한 지도가 요구된다. 경쟁력 있는 기업도 시기를 놓치게 되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구조조정은 장기적 관점에서 건설업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실제로 지난 몇년간 건설업계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해왔고, 유동성 위기를 예고해온 전문가들도 많았다.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선정이 지연되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확산됐다. 옥석가리기가 마무리되면 신규 사업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산업 구조조정은 시장의 불안심리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해당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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