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지난해 분양한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전경. 삼성건설은 계약률이 20%에 머물자 분양가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
반포 래미안이 딜레마에 빠졌다. 분양에는 그런대로 성공했으나 정작 계약률이 저조해 분양가 인하라는 마지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래미안'이라는 대표 브랜드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더욱 난감한 입장이다.
2일 업계 및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반포에서 분양한 래미안 퍼스티지 일반분양 물량 미계약분에 대해 분양가 할인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렸졌다.
반포 래미안은 지난해 일반분양 당시 1·2순위에서 미달사태를 빚었으나 3순위 청약에서 청약자가 몰리며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장기화 영향 등으로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잇따르자 분양가 할인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삼성건설은 일반분양 물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중개업소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분양가 할인 등의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분양당시 래미안의 일반 분양가격은 3.3㎡당 △85.8㎡ 2630만~2950만원 △112.2㎡ 2890만~3290만원 등이다. 이는 래미안 보다 6개월 정도 앞서 분양을 한 인근 GS건설의 '반포자이' 보다 20만원 정도 싼 가격이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반포자이 분양실적이 고분양가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삼성이 분양가를 낮췄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실제 계약률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근 C공인 대표는 "지난해 일반 분양 당시 3순위에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경쟁률은 높아졌지만, 정작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들어 삼성건설 분양관계자들이 부동산중개업소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공인 대표는 "1~2월 한달간 분양사무소 직원이 찾아와 실거래가 조사를 해갔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이후 거래가 늘자 할인분양을 철회할 듯한 분위기였으나 최근 들어 다시 할인분양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C공인 대표는 "삼성측에서 중개업소 관계자들을 만나 일반분양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 건당 얼마씩의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브랜드가치 하락을 우려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눈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P공인 대표도 "분양가가 높아 어느 정도 할인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해 지금 당장은 할인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 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건설 측은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 할인은 앞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건설 홍보팀 관계자도 "처음 듣는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래미안 퍼스티지와 이웃하고 있는 GS건설의 반포자이도 일반과 조합원 미계약분 처리를 위해 인근 중개업소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