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남과 북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평화적으로 공존, 공영해 나가자고 합의해 왔다"며 "나는 이러한 남북 간 합의사항을 존중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합의를 존중할 것'이라는 발언은 `합의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과거 입장의 모호성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작년 9월2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지역회의 개회사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선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그간의 모든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북한이 정부의 6.15, 10.4 선언 이행 의지를 문제삼자 이제는 과거 합의를 존중할 것임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합의존중' 발언에 앞서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도 지난 달 19일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17주년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남북간의 합의를 존중하고 남북간 협의를 통해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혀둔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정부는 애초부터 6.15, 10.4 선언을 부정한다고 한 적 없으므로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다"며 "북이 우리 입장을 곡해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간 협의를 통해 기존 합의를 이행하자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결국 남북 대화의 장애물을 걷어내려는 뜻이 함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대남 전면적 대결 선언 등으로 한반도 긴장 지수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남북 당국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의 기념사에서 "조건 없는 대화의 문은 지금도 활짝 열려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에서도 그런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즉 북한이 절대시하는 6.15, 10.4 선언에 대한 소모적인 기싸움을 접고 대화국면으로 들어서려면 우리부터 기존 합의의 존중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북한을 진정으로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와 미사일이 아니라 남북협력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이라며 "어느 누구도 한반도의 안녕과 평화를 훼손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결코 성공할 수도 없다"고 말해 북이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해 자제를 촉구했다.
또 "비핵화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우리는 그 과정에서 과감하게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정부가 내세운 `비핵.개방 3000'이 비핵화 진전에 맞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는 구상임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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