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귀재 워렌 버핏이 올해 내내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
◇"美 경제처방, 후유증 유발할 것" = 버핏의 경제 전망이 어두운 것은 미국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처방이 후유증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서한에서 "과거 컵 단위로 조제됐던 경제처방이 최근에는 배럴 단위로 조제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같은 투약량은 인플레이션과 같은 반갑지 않은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주요 경제 주체들이 연방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키우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주요 기업들이 연방정부의 지원에 의지하고 있고 시정부와 주정부들도 잇달아 연방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며 "이들이 스스로 정부의 지원으로부터 벗어날 리는 없기 때문에 지원을 중단하는 데는 정치적인 도전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주택시장 위기와 관련해서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그는 "주택 수요자와 대출업체, 중개인, 정부 모두 이번 주택시장 위기로부터 기본적인 교훈을 배워야 한다"며 "주택 거래시엔 구매자가 적어도 집값의 10%를 선납토록 하고 구매자의 수입 등 실제 구매력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크셔해서웨이 1년간 주가 추이(출처:빅차트) |
◇"2008년 투자, '멍청한 짓'했다" = 버핏은 서한에서 지난해 버크셔해서웨이의 클래스A와 클래스B 주식 모두 주당 순자산(7만530달러)이 9.6% 하락했다고 밝혔다. 버크셔의 주당순자산이 하락하기는 지난 2001년(-6.2%) 이후 처음이다. 버크셔는 지난해 투자와 파생상품에서도 75억 달러의 손실을 내 순이익(49억9000만 달러·주당 3224달러) 역시 전년(132억1000만달러·주당 8,548달러)에 비해 62% 추락했다.
버크셔가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자 버핏은 "지난해 투자를 하는 데 있어 멍청한 짓을 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을 예측하지 못하고 정유업체 코노코필립스의 주식을 사들였고 아일랜드 은행 2곳을 인수해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그는 코노코필립스 주식 매입과 관련해 "하반기에 에너지 가격이 그처럼 극적으로 하락할 줄 몰랐다"며 "아직도 유가가 40~5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금까지는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끼치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버핏은 2억4400만 달러를 들여 아일랜드 은행 2곳을 인수해 89%의 손실을 낸 것도 잘못으로 인정했다.
버핏은 다만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골드만삭스, 링글리 등의 주식을 매입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최근 보유 주식과 채권의 가치가 극적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회사가 그로 인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나는 가격이 낮을 때 질좋은 제품을 사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만일 우리가 우리의 포지션을 증가시킬 여력이 있다면 오히려 이 같은 하락은 향유할 대상"이라며 공격적 투자 전략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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