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 조기 집행과 이른바 '슈퍼 추경'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재정확대 조치로 경기 하강의 고삐를 잡을 것을 노리고 있지만 그 실질적인 효과는 하반기에나 가야 가시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3월에는 더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실물 경기로 전이되면서 점차 파급 효과가 커지고 있고 최근에는 동유럽 국가들의 위기설과 미국의 추가적인 경기 악화 가능성 등으로 2차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경기침체 골 깊어질듯= 1일 기획재정부와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3월에도 우리 경제의 실상을 보여주는 주요 경제 지표들은 하락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아 세계 무역량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급등락하는 만큼 유럽과 미국 시장의 경기 악화가 심화되면 수출도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경제 성장률도 타격을 받게 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2%에서 0.5%로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의 성장률은 2%에서 -4%로 6%포인트나 내려 잡았다.
우리 정부도 어쩔수 없이 전망치를 3%에서 -2%로 내려잡았다.
다만 이달 초에 발표되는 수출 지표에선 희소식이 전망된다. 2월 1일~20일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늘어난 177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2월 경상수지가 30억 달러 이상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중인 광공업 생산은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비와 투자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 중이지만 세계경제의 불황이 심화되는 상황이어서 개선 기미를 찾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실업지표는 2월을 기점으로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50만~60만 명에 달하는 대학.고교 졸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2월의 계절적 요인을 고려할 때 실업률이 연중 최고치까지 오르고 실업자도 1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내수살리기 전력= 이처럼 생산활동이 둔화하고 취업난이 심해지자 정부는 내수 살리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세계적인 교역량이 감소하는 와중에 우리의 노력만으로 수출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늘리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내수를 진작시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그 실현책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고 서비스업의 외연을 넓혀 일자리를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시장이 워낙 얼어붙어 있는 데다 여전히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 추진이 쉽지 않지만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강남3구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카드가 아직 살아 있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체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도 착수했다. 과도한 세 부담이 부동산 거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도세 감면 대상으로는 부가세를 포함해 66%나 되는 비사업용 토지의 중과세 완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완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3월 말에 발표 예정인 서비스대책으로는 교육과 의료시장의 개방과 규제완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 동포들의 고국 방문과 건강검진을 연결한 의료관광상품이나 일본과 중국을 겨냥한 미용성형, 치아미백과 연계한 관광상품도 개발된다.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유치를 위해 과실송금 등 핵심규제도 적극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초등학생까지 해외에 보내 공부시키는 국민들의 교육열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있다"면서 "외국 첨단 교육기관을 국내로 유치하면 국제수지 개선에도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입 장벽이 높은 전문자격사 제도도 손을 봐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예정이다.
◆추경 효과 하반기 기대= 정부가 검토 중인 추경안은 빨라야 4월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재원 조달과 집행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하반기는 되어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에서 30조 원 이상의 '슈퍼 추경'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일단 규모를 크게 잡고 적재적소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면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어 소비진작 등에도 일정부분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재정 적자 등을 감안해 세간의 기대보다 작은 규모로 추경을 편성하면 시장에서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대해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에 따른 고용유지 지원금 등 부대 비용과 사회 소외계층 지원 등 모든 분야에 가급적 많은 자금을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부에서 추경 규모를 30조~50조 원까지 거론하고 있어 정부가 너무 보수적으로 짤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고용과 사회안정망 확충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금융연구원 장민 연구위원은 "지금은 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추경을 빨리 편성하는게 좋다"며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추경을 대규모로 짜서 필요한 부분에 집중 투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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