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파일] 공시 과부하 걱정 없다더니

2009-03-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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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공시도 못 믿겠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오류로 코스닥 종목 하나가 상한가로 뛰었다 보합으로 떨어지며 투자자에 손실을 입힌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에 올린 경영권매각 공시를 실수로 재공시한 뒤 삭제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락한 것이다. 상한가에서 보합으로 가격제한폭인 15% 급락했기 때문에 고점에 이 회사 주식을 산 투자자는 하한가를 맞은 것과 같은 손실을 본 셈이다.

문제는 자본시장법 시행에 맞춰 개편한 전자공시시스템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1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달 4일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상장사 공시가 평소보다 40% 가까이 급증했으나 전자공시 처리용량을 4배로 늘렸기 때문에 시스템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장담해 왔다. 하지만 코스닥 기업인 상화마이크로텍이 작년 9월23일 공시했던 경영권매각 공시가 전달 27일 전자공시시스템 오류로 재공시되면서 금감원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이 회사 주식은 이날 상한가인 560원으로 치솟은 뒤 보합인 490원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전날 4배인 380만주가 거래되며 투자자에 경제적인 손실을 안겼다.

이는 자본시장법 시행에 맞춰 전자공시시스템을 변경하면서 적절한 검증작업을 실시하지 않은 결과다. 이날 개장 직전 상화마이크로텍 최대주주인 오영훈씨가 경영권과 보유지분을 신성인베스트먼트에 넘긴다는 수시공시가 나왔다. 하지만 이 공시는 5개월 전에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해당 공시를 즉시 삭제했지만 이미 주가 급등락으로 수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본 뒤였다.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 9월 오영훈씨는 경영권을 신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기로 했다가 올 1월14일 건축자재업체인 나이스메탈에 넘기기로 했다고 정정공시를 낸 바 있다. 상화마이크로텍은 이날 나이스메탈로부터 받을 잔금 30억원에 대한 지급일을 양사 합의하에 연기했다는 내용만 공시하려고 했지만 이 과정에서 전자공시 오류가 발생하면서 옛 공시가 다시 노출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자공시시스템은 개편 초기에도 과거 공시가 제대로 검색되지 않는 오류를 일으켰다"며 "공시 급증에 따른 과부하로 이런 오류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전자공시시스템을 개편한 뒤 유익한 투자 정보가 늘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실제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미등기임원도 회사 주식을 소유한 경우 공시하도록 규정이 바뀌면서 투자 결정에 참고할 수 있는 지분율 5% 이상인 주주ㆍ임원 공시가 예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늘어날 전산 수요를 예측하는 데 소홀했던 당국은 오히려 투자자에 경제적인 손실을 입히고 말았다. 법 시행 초기 금감원은 "공시가 급증하면서 전자공시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며 "하지만 법 시행에 앞서 시스템 처리용량을 4배로 늘렸기 때문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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