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한 정부 소유인 우리은행이 정부의 금융정책에 앞장서며 정부의 '행동대장'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른 과도한 중소기업 지원 등으로 경영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72.9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자본확충펀드, 일자리나누기(job sharing)와 같은 정부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7일 정부의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2조원의 자금을 지원받겠다고 밝혔다. 당시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경영 간섭을 우려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자본확충펀드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우리은행을 이용했다고 본다"면서 "4대 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이 정부정책에 순응하면 분위기가 자연스레 그쪽(정부정책)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또 지난달 24일 시중 4대 은행 중 처음으로 200명의 신입행원의 초임을 20% 삭감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신입행원 50명을 추가 선발한는 내용의 잡셰어링 내용을 발표했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잡셰어링 동참여부에 대해 검토 중인데 우리은행이 너무 발빠르게 반응해 충분히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우리은행이 은행으로서 자율성을 스스로 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경영실적은 무리한 중소기업 지원과 과도한 부동산담보대출 등으로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조4555억(86.2%) 급감한 23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6911억 원 순손실을 나타내면서 2002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봤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24%로 전년보다 0.21%포인트 하락했다. 총자산수익률(ROA)는 0.1%로 전년보다 0.9%포인트 급락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9%, 연체비율은 0.96%를 기록했다. 자본 적정성을 보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7.7%와 11.7%로 잠정 집계됐다.
또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 대상으로 선정한 풍림산업 등 4개 건설사에 대한 기업 실사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마련하며 추가 부실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2004년 2월 13일에 발행한 4억달러 규모의 하위 기한부 후순위채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자금 경색 우려를 낳은 데다 CDS프리미엄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 같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6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을 실시할 방침이다.
한편 우리은행이 정부의 '행동대장'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우리은행의 실적 악화를 질책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MOU 목표 미달로 지난달 우리은행에 '기관주의' 조치를, 이종휘 행장과 박해춘 전 행장에게도 '주의'조치를 내린 바 있는 예보는 우리은행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놓고 또 다시 '패널티'를 가할 방침이다.
예보 관계자는 "현재 재무실적만 보면 우리금융의 MOU 목표치 달성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징계여부는 향후 예금보험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예보가 MOU를 통해 우리금융에 제시한 수익성 기준은 ROA 0.7%, 순고정이하여신비율 1.0%이지만 우리금융의 ROA는 0.2%, 순고정이하여신비율 1.2% 수준으로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