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우려 확산…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전문가 "추세 이탈하면 900선 후퇴 가능성"
동유럽발 2차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코스피가 1000선마저도 위협을 받고 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동유럽 국가군에서 불거지면서 전세계적으로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격증하고 이로 인해 글로벌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악순환이 연일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코스피가 지지선인 1000선 아래로 밀릴 수 있다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어 투자자가 느끼는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는 코스피가 심리적인 지지선인 1000선에서 1차적인 지지를 받겠지만 동유럽발 금융위기에 이은 추가적인 악재로 추세를 이탈한다면 90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스권 하단 연속 이탈=코스피가 작년 12월부터 3개월 가까지 이어 온 1080~1200대 박스권 하단을 연달아 이탈하며 1060선까지 밀리자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16~20일 한 주 동안 코스피는 전주대비 126.49포인트(10.61%) 내린 1065.95로 급락했다. 미국발 정책 모멘텀이 소진됐다는 실망감에 이어 동유럽에서 불거진 디폴트 우려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휩쓸면서 코스피는 한 주 동안 하루도 오르지 못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8000억원 규모 주식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2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증시 수급이 급도로 악화됐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경제대책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데다 실업률이 연말이면 10%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며 "경제전망이 갈수록 비관적으로 바뀌면서 국내외 증시는 당분간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선 10일부터 9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고 있다"며 "외국인이 선물을 매도하는 영향으로 연일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갈수록 증시 수급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수 900선 후퇴 가능성=동유럽발 금융위기가 서유럽은 물론 주요국가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세계경기가 더욱 악화될 경우 코스피가 1000선 아래로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유럽발 금융불안으로 외국인 매도 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박스권 하단이 900선까지 내려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박스권 하단으로 굳어진 1000선까지 지수가 밀린다면 반발 매수가 나타나며 추가적인 하락을 저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박스권 하단인 1000선이 무너질 경우 지수가 930선까지 주저앉을 수도 있다"면서도 "코스피는 1차적으로 심리적인 지지선인 1000선에서 강한 지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주요 국가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올랐던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홍인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는 수주에 걸쳐 다른 국가 증시에 비해 월등한 상승률을 나타냈다"며 "이는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더 큰 하락 압력을 받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에서 실질적인 구제금융대책 마련이 늦어진다면 지수를 추가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금융권이나 한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세계 증시가 추가적인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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