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발 금융위기와 ‘3월 위기설’로 금융시장에 불안한 징후가 계속되는 가운데 당국도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정부 당국자는 "동유럽 국가가 위기를 맞으면서 다시 시장에 경색 조짐이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상황 악화에 대비해 유동성 공급 방안을 포함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 "2000억불 무너져도 아무 문제없다"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은 외환시장 관리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작년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 사태이후 무려 520억달러를 풀어 달러 유동성 안정을 시도했으나 최근 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뚫어 작년 10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그동안 외환시장 관리를 하느라 외환보유액은 작년 9월 말 2396억 달러에서 올해 1월말 현재 2017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도 절반 이상을 이미 빼먹었다.
따라서 향후 환율이 급등할 경우 정부와 한국은행의 선택 폭은 크지않다.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달러를 당장 대규모로 들여오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외환보유액을 헐지않을 수 없다. 이는 그동안 시장에서 '마지노선'으로 인식해왔던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선을 외환당국이 깰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당국은 일단 외환보유액이 비상시기를 대비한 것인 만큼 특정 숫자에 연연한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외환시장이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지속할 경우 2000억 달러선에 구애받지않고 시장관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9일 "(외환시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그냥 가진 않는다"며 지나친 쏠림현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특히 환투기에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출기업들이 쌓아둔 달러를 풀도록 유도해 공급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대규모 달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와의 부동산.기업 인수합병, 공공부문에 대한 해외 투자 등을 자제토록 권고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유동성 여력 키워야..외평채 저울질
게다가 무역자금의 경우 수출입 급감으로 소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와 한은이 스와프시장과 경쟁입찰 방식으로 은행 등 시중에 공급한 자금에 대해선 만기 연장도 해주고 있지만 이달 들어서 40억 달러 이상 회수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 악화로 시중은행의 외화차입이 어려워지고 무역금융에 추가 소요가 발생할 때는 추가 투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이때문에 우선 국제공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세안+3(한.중.일)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기금을 1200억 달러 규모로 5월께 출범시키면 유사시 외화 파이프라인을 추가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스와프자금 220억 달러는 심리적 거부감이 있지만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할수 있다.
이와 함께 외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시기도 저울질 중이다. 은행들의 차입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앞장서 총대를 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규모를 작년의 두 배가 넘는 20조6000억 원으로 잡고 이 가운데 60억 달러 어치를 외화표시 외평채로 발행할 계획이다.
◇ 추경.구조조정 '속도전'
하지만 실물경제가 흔들리면 다시 금융에 불이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안정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수정예산과 감세 등으로 35조6000억원의 재정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추경 예산을 짜는 것도 실물 때문이다.
실물 대책의 목표는 내수 부양이다. 세계시장의 동시위축에 따라 수출대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탓이다. 더욱이 기존 대책의 약발이 없었던 것도 문제다.
정부가 지난해 말 유가환급금을 돌려주고 올해 초까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환급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30% 깎아줬는데도 소비는 살아날 기미가 없고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까지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추경에는 저소득층의 생계를 지원하는 동시에 소비의 볼륨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반영된다. 중소기업에 대해선 연말까지 보증의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고 신빈곤층 지원을 위해서는 소비쿠폰 도입을 검토 중이다.
부가세의제매입 세액공제의 한도를 애초 500만원으로 하려 했지만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사업자일 경우 그 한도를 없앨 방침이다.
산업 중에서는 자동차업종에 대한 추가 세제 지원이 거론된다. 이는 자동차업종의 전후방 연계산업이나 고용효과 등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무게 때문이다. 이때문에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판매보조금과 연구개발 자금 등 자동차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한계상황에 봉착한 업체들을 신속히 퇴출시키는 구조조정, 은행 자본확충펀드 등을 통해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데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