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로 대폭 낮추자 경제연구소들도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전망치를 대폭 낮추고 있어 그동안 눈치보기식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해외 투자은행이나 국제기구들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작년 말부터 마이너스 전망을 내놓아 왔다.
그러나 이와 달리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국내 연구기관들이 정부의 마이너스 성장 발표후 뒤늦게 ‘마이너스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연구소들이 그간 정부 눈치만 보다가 이제야 하향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경제연구소들이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성장률을 전망해야하는데 그런 것이 아닌 정부의 의욕적인 전망을 따라가는 것 같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이동걸 전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경제전망치를 정부가 간섭한다”고 폭로한 터라 이같은 지적은 더욱 신빙성을 더한다.
KDI는 14일 금융당국과 은행장 간담회 자리에서 “올 상반기 -4%~-5%의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였던 기존 0.7%에서 대폭 하락시켰다.
KDI 관계자는 16일 “정부의 전망치를 이야기한 것일 뿐 KDI의 전망치를 수정한 것이 아니고 KDI의 공식 전망치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식 전망치가 아니라면 정정요청을 해야 하지만 정정보도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러한 의심의 눈초리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삼성경제연구소는 11일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4%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 3.2%에서 5.6%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선 3.6%였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2%로 고쳤다. 또 지난해 12월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1.8%로 낮춘 바 있는 LG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경기진단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율은 당초 1%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전망치 하향 가능성을 시사해 정부 눈치보기식 전망바꾸기에 장단을 맞췄다.
그러나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민간연구소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리가 있느냐"며 "정부의 마이너스 성장 발표가 있기 전부터 워낙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하향조정을 준비 중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10개 해외 투자은행은 이미 지난달에 전망치를 평균 -2.3%로 낮춘 바 있으며 IMF도 -4%로 낮춘 바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