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수산위, 농협 조합 소유.경영 분리에 부정적

2009-02-16 08:45
  • 글자크기 설정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가 농협 개정안 가운데 농협회원조합장의 비상임화 등 핵심 사항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합장 비상임화의 경우 조합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 의원들, 조합장 비상임화 부정적
16일 국회 농식품위 위원 전원(19명)을 상대로 한 농협법 개정안의 처리 방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가 조합장 비상임화와 조합 선택권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19명 중 9명은 "충분히 검토해보지 않아 입장을 내기 어렵다" 또는 "23일 농식품위가 여는 공청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본 뒤 정리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농식품위 위원장인 이낙연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위원장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견을 밝힌 나머지 9명은 한결같이 조합장 비상임화나 조합 선택권 확대 문제를 지목하며 "문제가 있거나 신중히 다룰 사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여야 구분이 없었다.

   한나라당 간사인 이계진 의원은 "조합 선택권 확대와 조합장 비상임화는 지역마다, 조합 규모마다 특성이 있는 만큼 조합장과 조합원, 농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은 "개혁법안이라고 하는데 개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임이사를 강제로 두고 직선 조합장의 권한을 줄이면서 (조합장을) 직선으로 뽑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간사인 류근찬 의원은 "조합장의 비상임화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대원칙인 자율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임이사 의무 도입 대상을 확대하는 게 개정 취지에 더 부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 측은 "조합 선택권은 준조합원에 한해 구역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6명의 의원도 비슷했다. 한나라당 김성수 의원은 "전문 경영인인 상임이사가 (지역조합 경영을) 담당하면 조합원에게 실익을 제공하거나 농업인을 지원하는 역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조합장 비상임화는 책임 경영에 역행하는 것이며 경영 성과에만 집착해 농어민을 위한 복지사업을 도외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강석호, 여상규 의원도 조합장 비상임화와 조합 선택권 부여를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으로 꼽았다.

   무소속 유성엽 의원은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선출된 중앙회장, 조합장을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은 명실상부한 개혁으로 보기 어렵다"며 "농협 개혁이 지배구조 개편에 한정되고 있으나 경제 사업의 활성화 같은 농협의 기능 개혁안을 강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조합 선택권 확대에 대해 "도시형 조합에 농촌형 조합이 흡수 합병되는 등 혼란을 낳을 수 있고 협동조합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그러나 "지역구의 반발로 야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조합장 비상임화 등에 대해선 야당 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치적 이해관계에 발목잡히나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목된 두 조항은 진작부터 논란이 예상됐다. 지역조합장들의 기득권을 빼앗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농협, 농민단체, 학계 인사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는 조합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농협 경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며 조합장의 비상임화 방안을 제시했다. 대신 상임 대표이사를 둬 경영을 전담시키는 것이다.

   특히 전면적인 비상임화가 몰고 올 충격을 고려해 자산 규모가 1500억 원 이상(전체의 3분의 1가량)인 대형 조합에 대해서만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조합 선택권 확대는 현재 읍.면 단위로 제한된 조합원의 조합 선택 범위를 시.도 단위로 넓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조합장들이 갖고 있는 막강한 권한을 빼앗거나 소규모 또는 부실 조합의 퇴출을 가속할 수 있는 일이어서 일찌감치 조합장들의 반발이 예고됐다.

   특히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정치력을 행사하는 조합장들이 의원들을 압박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결국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조합장의 비상임화는 작년 9월 정부가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농협과 정치권의 반대로 흐지부지된 바 있다.

 

◇ 전문가들 "개혁 후퇴 우려"
농식품부는 원칙대로 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상임화는 규모가 큰 곳부터 단계적으로 하기로 돼 있고, 조합 선택권 확대도 부작용을 막기 위한 여러 장치와 유예기간을 둔 만큼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조합장 비상임화는 농협 개혁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공동대표(전남대 초빙교수)는 "조합장 비상임화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소유는 조합원이 하되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조합장은 조합원의 대표로서 경영을 감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마저도 규모가 큰 것부터 하는 것은 일종의 타협안인데 이에 대해 의원들이 반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합원인 농민들이 바라는 것보다는 조합장들의 여론에만 귀 기울인 결과"라고 비판했다.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는 "지역조합도 상당히 큰 경영체인데 그 경영자를 선거로 뽑는다는 것은 무리"라며 "기업체의 최고경영자를 선거로 뽑는다면 말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