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과거 고금리 보험상품 판매를 늘린 데 따른 역마진을 해소하고 신계약 건수를 확대하기 위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계약 전환을 종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설계사들은 기존 계약 내용이 새로운 계약으로 승계되는 것처럼 속이고 계약 전환시 각서를 받아 민원 제기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각종 편법을 쓰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보사들은 기존 보장성 보험 가입자들을 종신보험이나 CI(치명적 질병)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계약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생보사들은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 7.5% 안팎의 높은 예정금리를 적용한 보장성 상품 판매를 크게 늘렸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자산운용수익률이 당초 약속했던 금리를 밑도는 역마진 현상으로 손실이 커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 2005 회계연도에 이자율차 손익에서 213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2006 회계연도에는 2797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보험설계사들은 계약 전환 과정에서 기존 계약의 보장 내용이 새로운 계약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처럼 거짓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계약 전환 이후 가입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권리 포기 각서인 '서면동의서'까지 받고 있다.
실제로 조 모씨(57세)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연 8.5%의 예정금리를 보장하는 K생명의 보장성 상품 2건에 가입했다.
매월 7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내고 1급 장해 판정을 받을 경우 10억원의 보험금을 받는 조건이었다.
이후 조씨는 보험설계사의 설득으로 기존 계약의 책임준비금 300만원 가량을 일시납하고 매월 22만6000원의 보험료를 내는 CI보험으로 계약을 전환했지만 최근 교통사고 발생 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700만원에 불과했다.
1급 장해 판정을 받았지만 보험설계사가 약속한 내용과는 달리 기존 계약 내용이 새로 전환한 계약에 승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씨는 억울한 마음에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려 했으나 계약 전환시 썼던 서면동의서 때문에 민원도 접수하지 못했다.
보험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들이 부당한 계약 전환을 일삼고 있지만 가입자들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각서를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부당한 계약 전환에 대한 규제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크게 완화된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