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전통적인 캐시카우(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부문)였던 대출이 흔들리고 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대출 부문의 역마진 우려가 높아진데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가계대출 영업을 삼가고 있다. 기준금리기 사상 최저 수준인 2.00%로 떨어지면서 대출을 해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 예금 고객도 큰 폭으로 줄어 자본 수급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국민은행 모 영업점 관계자는 "돈이 급한 실수요자 이외에 투자목적이 있거나 주택을 추가로 사려는 사람은 대출을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권 가계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액은 지난해 11월 1조8000억 원에서 올해 1월에는 1조7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올 들어 1.36%포인트 하락한 2.57%(13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와 연동해 은행들이 고시하는 이번 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국민은행 3.4~4.9%, 신한은행 3.51~4.81%, 하나은행 3.77~5.47%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예금취급 기관의 주택대출 잔액은 237조 원으로, 이 가운데 90% 이상이 변동형 주택대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일반 예금금리도 3.00%대 중반 수준으로 은행을 찾는 금융소비자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1년 뒤 실질 마이너스 소득이 돼 은행 예금을 이용할 이유가 사라졌다.
중소기업 대출도 은행들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 연체 규모는 1년 사이에 10조 원 넘게 불어나 33조 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금액은 2.7배로 급증했으며 연체율은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실물경제가 급격히 냉각되자 이들의 대출 상환 여력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부진과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금융권 전체 대출 연체액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에 3개월 후행하는 연체율이 지난해 3분기 최저점을 찍고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까지 겹쳐 금융권의 연체액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권 전체 연체액이 40조 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강요하자 은행들은 사면초가로 몰리고 있다.
지난 10일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은행들에 지원을 해줘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12일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보증 확대 방안'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위한 은행의 역할론에 대해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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