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파고 넘어 기회의 바다로

2009-02-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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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 출범, FTA 재협상 본격화 전망
한미FTA, 정확한 이해득실 진단 필요
美 입장 미지수, 경기부양책을 오히려 기회로

이미 지난 2007년 서명까지 마친 한미FTA에 대해 미국이 재협상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재협상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대와 기아차 전체 수출물량의 30%가 미국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 직격탄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로서는 현재 FTA를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와 미국시장을 선점한다는 의미에서 이어지는 경제대외신인도를 제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닻을 올린 오바마 정부와의 관계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또 우리는 조기비준을, 미국은 재협상을 바라보는 등 양국의 입장이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한미FTA는 향후 한미관계를 결정짓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재협상 대상은 자동차 분야다. 한국 자동차가 미국에서 연간 70만대 이상 팔리는 것에 반해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에서 5000여대 밖에 팔리지 않고 있는 불균형 상태를 불만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은 “미국이 그렇게 손쉽게 (한미FTA) 자동차 부문의 재협상을 요구하진 못할 것”이라며 “그래도 만약 자동차를 재협상하자고 나온다면 한국은 당연히 FTA 협상의 다른 분야까지 찾아내 이익의 균형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년 체결된 미국-페루FTA의 경우 두 달 뒤 페루 의회가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재협상을 했으며 미국의 요구가 모두 관철된 사례가 있다. 이처럼 미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재협상을 해온 전례가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을 대비해 우리의 이해득실을 정확하게 따져보고 정확한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했다.

KDI 차문중 선임연구위원은 “한미FTA가 한미관계의 과도기에 있는 만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신속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반덤핑, 무역구제 부분 혹은 개성공단등 북한 가공 제품을 우리나라 원산지로 인정받는 것들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김동복 부장 역시 “미국이 가지고 있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쌍무적으로 전환한다든지,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도(ISD)로 인한 공공정책의 주권 제한의 보호안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한미FTA와 관련, 어떤 정책을 펼지는 미지수인 상황에서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 피력한 것 볼 때 한국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부장은 “미국은 현재 경기부양과 소비 진작을 위해 재정을 지출하며 감세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잘 파악해 활용하면 수출시장 확대로 연결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

<용어설명>

스냅백-한국이 약속한 자동차 부문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때 미국이 한국에 대한 특혜관세를 일시에 철폐할 수 있는 권한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도(ISD)-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저해 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부당한 차별대우에 따른 해외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국가의 주권과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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