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인턴, 청년실업 근본대책인가

2009-0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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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기초단체 간 ‘양극화’ 심화
공공기관 공채시 인턴에 면접 가점 검토 불구 실효성 의문
전문가 "근본적인 고용대책 마련 시급"

경제위기로 청년층의 취업문이 막히면서 인턴제도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일회성에 불과해 근본적인 고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월 94~95만원(4대보험 제외한 금액)정도의 보수를 받고 최장 1년간 근무하면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행정인턴을 모집한 결과, 현 취업상황을 보여주듯 대학원 출신을 비롯한 고학력 인재들이 대거 몰렸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위기에 따른 청년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행정인턴과 기업인턴의 경우 '청년판 공공근로사업'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장기적인 고용 확대라기보다는 긴급구호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직업훈련을 통한 취업기회 확대 등과는 거리가 먼만큼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구색맞추기에 급급

정부는 중앙행정기관 5259명, 지방자치단체 6505명 등 올해 총 2만5409명의 인턴을 채용키로 했다. 모집마감결과 여성부가 3명 모집에 210명이 몰려 가장 높은 7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국무총리실이 8명 모집에 484명이 몰려 60.5대 1을 기록했다.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도 3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기초단체의 경우 미달사태가 속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16명을 모집한 행정인턴에 214명이 지원해 면접에 응시한 인원은 88명이었고 이 가운데 62명이 최종합격했다. 강원도교육청도 행정인턴 76명을 모집, 서류전형 합격자 39명 중 27명만이 선발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취업시험 응시를 위한 특별 유급휴가를 인정하고 근무실적이 우수한 10%이내의 행정인턴에게는 장관·기관장의 입사추천서를 발급해주고 공무원이 되면 공무원 보수규정에 의해 인턴 근무기간의 5할이 호봉으로 가산되는 등의 혜택이 있다고 밝혔지만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행정인턴으로 선발돼 근무를 하더라도 공무원 특채나 임용시험시 가점 등의 혜택은 없다. 이 때문에 취업과 직접적인 연결이 되지 않는 인턴이라면 기초단체보다는 중앙부처가 낫다는 게 중론이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다.

게다가 '인턴'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의 처우와 노동의 질도 문제다.

검찰청 인턴 김모(24.여)씨는 “단기간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면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며 “일이 없을 때는 눈치보이고 정규직원이 아니라는 생각에 복사나 자료정리 외에 별다른 업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청 인턴 김모(27.남)씨는 “정부가 체계적인 준비를 갖춘 후에 시행했으면 좋았을 뻔했다”며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시행해 공무원과 인턴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력적인 일자리창출 시급"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턱대고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지금의 고용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종구 경희대 취업진로처 교수는 “정규직원 채용의 기회가 없다면 인턴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나 다름없다”며 “청년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일자리창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성준 선임연구원은 “청년실업은 일자리 창출만이 해법이라는 것이 하나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일자리만 많이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청년실업 해결은 일자리 창출에 있긴 하지만 아무 일자리가 아닌 그들의 구미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아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 조절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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