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입법전쟁 주도 파장 일파만파

2008-12-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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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등 중점법안, 의원 사찰 지시 의혹

여야의 극렬 대치를 몰고 온 연말 ‘입법전쟁’의 배후로 청와대가 지목되면서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연내 처리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30일 “이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홍 원내대표에게 FTA비준안을 연내 처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야당의 반대로 연내 처리가 불가능할 경우 처리시점을 협의하되,늦어도 미국 차기정부가 출범하는 내달 20일 이전에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에 “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적 없다”고 부인했고, 윤상현 대변인도 “사실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가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지도부에 직접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판단, “청와대의 국회 개입이 도를 넘고 있다”며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국민이 잘 알고 있다”며 “그동안 국회가 파행을 빚을 때도, 지금 국회의 협상이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것도, 그 배후에는 늘 청와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제 국회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여와 야, 부자와 가난한 자, 수도권과 지방에 대해서 공평무사하게 국정을 운영하라”고 경고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의 입법의 전당인 국회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며 “국회는 국회의원에게 맡기고 경제살리기에나 매진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와 함께 김형오 국회의장이 사실상 직권상정을 거부한 중재안을 내놓자 청와대가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과 관련, 그만큼 청와대가 이번 입법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우세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의장의 중재안 발표에 대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며 “여당 출신 김 의장이 나서서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느냐”면서 분개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야당의원 사찰 문제도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 안팎에서는 박계동 사무총장이 청와대를 방문한 직후 야당 의원들에 대한 사찰을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25일 민주당이 국회 경위들로부터 입수한 문건에는 소속의원 20여명의 국회 출입 일시가 실시간 기록돼 있었다. ‘전혜숙 의원이 오전 7시30분에 와서 9시25분에 나가고, 최문순 의원이 오전 8시48분에 와서 12시에 나갔으며, 신낙균 의원이 오후 1시18분에 와서 안에 있다’는 식이다. 민주당은 이에 “국회 사무처가 의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맹성토한 바 있다.

고원 상지대 교수는 “이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의 열쇠를 쥔 강자이기 때문에 민주당 등 야권과 대화를 해야 한다”며 “무조건식, 일방적 국정운영을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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