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등에 표기된 ‘권장 소비자 가격’이 내년 하반기부터 없어질 전망이나 무분별한 가격 조절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라면과 과자류, 빙과류 등 가공식품류를 권장 소비자 가격 표시금지 품목에 포함시켜 내년 6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단위당 가격을 표시해야 하는 대상도 케첩이나 청국장, 밀가루, 국수, 세탁비누, 티슈 등 총 83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3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막강한 파워로 가격 결정권을 휘두르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저가 마케팅’을 더 활발히 펼쳐 지금보다 큰 이익을 남길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가격이 자율화되면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마트에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라며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으면 판매자들이 마음데로 가격을 책정해 시장이 무분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제도에 대한 네티즌들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포털 사이트 네이트의 게시판에는 “시세를 잘 모르는 어린이 등이 동네 슈퍼를 방문했을 때 주인이 마음데로 돈을 받을 수 있다” “대형마트가 아니고서야 영세 상인들이 가격을 얼마나 내릴 수 있을까”, “물가 안정을 위해 생필품 50개 품목을 정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제도가 바뀌냐” 등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의견들이 대다수다.
서울 합정동에 사는 황 모씨(33)는 “1000원 정도하는 라면, 과자 사려고 일일이 동네마다 가격을 알아보러 다녀야 할 것 같다”며 “권장 소비자 가격이 있어도 가격이 들쑥날쑥인데 기준마저 사라진다면 기업 담합이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으려면 슈퍼, 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이 라면 등에 최종 판매가를 반드시 표시해야 하며 이를 단속하는 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도 가격을 비교해 보는 등 정보 탐색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반면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금지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재빈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50% 할인이 팽배한 아이스크림의 경우 제 값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자유로운 시장 경쟁으로 인해 제조업체들의 가격 담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