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선제적 투입, 관련법 개정 모색
한은 등 중앙·국책은행 역할 제고안 마련
여권, 공적자금 신중…투입시 문책 전제 돼야
정부는 공적자금의 선제적 투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또 중앙은행이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등 역할 강화도 고려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발 금융위기가 비상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靑, 선제적 공적자금 투입 ‘검토’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현재 미국 등 선진국들은 공적자금으로 금융회사의 자본을 확충해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며 “한국도 공적자금의 선제적 투입을 적극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은 통상 4단계를 거친다. 우선 신용경색 완화를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등 유동성 공급이다. 이어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사 부실 자산을 매입한다. 그래도 안되면 공적자금으로 금융회사 자본을 확충해주는 단계에 이른다.
마지막 단계는 부실 금융회사를 국유화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이나 선진국들의 금융위기 금융권의 자본을 확충해주는 단계에까지 이른 상황”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수출금융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공적자금의 사전예방적 차원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행 금융산업구조개선법과 예금자보호법 등은 공적자금의 투입 기준을 은행의 BIS 비율이 8%이하로 떨어져 채권단에 의해 부실판정을 받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은행 부실을 막기 위한 선제적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BIS 비율이 8% 이상인 금융권에 대해서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준완화를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과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특별법 형태로 국회 승인을 준비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관련법 개정이든 특별법의 제정이든 다각도로 공적자금 투입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채권시장에 전방위 개입해야
정부는 이와 함께 한국은행 등 중앙은행의 채권 시장에 대한 적극적 개입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은 금융위기에 대응해 간접적으로 금융권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7일 운용을 시작한 한은 주도의 1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신용등급이 낮거나 유통이 안 되는 회사채·은행채·할부금융채·카드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 건설사의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등을 사들여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을 풀어줄 계획이다.
이 펀드의 조성은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출자하는 형식이지만, 한은은 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매입하거나 통화안정증권을 중도환매하는 방식으로 출자금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외 변수가 복잡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만약 미국 자동차 빅3 중 한곳이라도 파산한다면 엄청난 쇼크가 올 것”이라며 “위기 대응시스템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한은이 채권펀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직접 매입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적자금 사전 투입이나 한은의 역할강화에 대한 신중론도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한구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은 “현재의 상황이 공적자금을 투입할 상황인 분란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은행이 기업대출을 꺼리는 행태를 바꾸기 위해선 자본확충 부문을 비롯해 다른 애로사항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책임소재를 가려 은행권 관계자들의 문책이 전제돼야 하고 발생 이익에 대한 환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