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모(34)씨는 지난달 현대카드 일선 영업소 팀장의 권유로 카드를 발급받았다. 현대카드는 연회비 5년 면제와 2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 등 법이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경품 제공을 미끼로 최씨의 가입을 유도했으나 정작 가입 신청을 한 후에는 현대카드 해지 기록이 있다며 약속한 경품을 주지 않았다.
김 모(30)씨는 이달 들어 삼성카드 모집인으로부터 카드 가입 권유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올 초 연회비 면제와 가방, 영화티켓 등 각종 경품을 제공한다는 말에 넘어가 외환카드에 가입했다가 3개월간 카드 사용 독촉에 시달렸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카드 대란 이후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막기 위한 금융 감독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드 모집인들의 불법 모집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19일 카드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법이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경품을 제공하며 고객을 유치하는 불법 영업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드 고객 모집시 연회비(평균 1만원)의 10%를 넘는 경품 제공을 금지하고 있지만 카드 모집인들은 한도를 수십배 초과하는 금액의 경품을 주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불법 카드 모집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최근 금융위기로 감독 당국의 감시가 소홀해진데다 카드 모집인 수가 크게 늘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말 기준 전체 카드 모집인 수는 3만9227명으로 6월 말(3만823명)에 비해 3.3% 증가했다. 신용카드 발급 매수는 지난 2005년 8290만5000장에서 올 들어 9751만9000장으로 3년 동안 17.6% 급증했다.
신용카드사는 소속 카드 모집인의 불법 영업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에 대한 교육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일선 영업점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회사가 카드 모집인의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해 일일이 시정 조치를 내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카드사들이 불법 영업 감시에 소홀한 이유는 카드 모집인이 판매 위탁을 받은 개인사업자도 등록돼 있어 모집 과정에서 불법 여부가 드러나도 카드사는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감독 체계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영기 금감원 여신관리팀장은 "카드 모집인 대부분이 노점상과 같이 생계 유지를 위해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만큼 100% 근절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태스크 포스(TF) 운영, 법규 보완, 자체 규약 마련, 등록시스템 개선 등 모집인 운영에 관련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법 개정이 불필요한 부분들은 연내 마무리 짓고 내년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카드 모집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드사가 관리·감독 및 교육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등록제도 운영되고 있는 카드 모집인 제도도 개선해 자격 요건을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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