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하강과 금융위기 속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했다. 또 구리 등의 원자재 가격도 추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 (WTI)는 전날대비 9.6% 떨어져 배럴당 36.2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텍사스산 원유가 3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2004년 초 이후 거의 5년만에 처음이다.
불과 5개월 전 배럴당 147.2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73%, 가격으로는 110달러도 넘게 하락한 것이다.또 지난달 20일 배럴당 50달러선, 한 달이 채 못되어 40달러선마저 무너지면서 최근 유가 하락폭이 급격해졌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도 최근 배럴당 40달러 선으로 상승했으나 지난 6일 다시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러한 유가 급락세는 석유 부족으로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올해 초의 전망과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이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상치 200달러의 10분의 1수준인 배럴당 20달러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MF글로벌의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마이어는 "배럴당 38달러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이제 25달러까지 떨어지는데 아무런 거침이 없을 것"이라고 유가를 전망했다.
특히 석유수출기구(OPEC)가 17일 역대 최대인 하루 평균 220만 배럴 감산 정책과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급락세를 지속되고 있어, 유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통상적으로 OPEC의 감산 조치는 공급 부족 우려를 불러오고, 달러 약세는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의 특성상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만회를 위해 유가의 강세를 불러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것조차 유가 하락에 전혀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전날보다 1.3% 오른 1.42달러 선에서 거래됐지만, 전날에는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대폭으로 가치가 하락, 최근 급락세를 보여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세계 3대 경제권이 처음으로 동반 경기침체되는 상황과 이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가 이러한 유가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4주간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석유 수요는 1년 전에 비해 4.9% 줄어 올해 들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실업이 계속되고 소비위축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유가가 당분간 강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마저 성장 둔화로 석유 소비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캐머런 하노버의 애널리스트인 피터 보이텔은 AP통신에 "지금 당장은 석유 수요가 없다"며 OPEC의 감산 결정이 유가 영향을 주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석유시장의 상황을 전했다.
물론 유가 30달러선 마저 붕괴한다면 OPEC가 다시 회의를 열고 감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유가와 함께 구리 등의 원자재가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구리 가격은 런던시장에서 2%떨어지 톤당 2천 960달러에 거래, 2005년 1월 이후 거의 4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9개 원자재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올해 들어 37%나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각종 제품의 원가 및 운송비 부담을 덜어주는 유가 급락은 석유 수입 의존국들에게는 수천억달러의 경기 부양책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장기적 하락세는 물가 하락 속에 경기가 침체하는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있다. 또 최근 고유가로 오일머니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중동 등의 산유국의 경제 침체에 따르는 경제개발 투자 수요 감소 등도 예상된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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