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해외 진출을 꺼리고 있는 반면 일본 금융기관들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국내 은행들이 금융위기 여파로 유망한 기업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 전략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현지 수익성 악화로 차질을 빚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 말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뱅크인터내셔널인도네시아(Bank International Indonesia)의 지분 13.89%를 모두 매각했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신한은행도 중점 공략 지역이었던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이미 진출해 있거나 향후 진출할 계획이 있던 지역들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해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지난 6월 각각 600억원을 투자한 카자흐스탄과 베트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은 100% 상환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의 이익률 감소로 인해 신흥국가 리스크 관리를 강화키로 하고 이들 국가에서 정부 차원의 채권 보증을 서지 않는 한 추가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일본 금융기관들은 외국계 대형 금융기관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적자를 기록하기는 일본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지만 가능성 있는 기업에는 적극 투자하는 등 국내 금융기관들과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지주사인 미쓰비시도쿄UFJ그룹은 지난 8월 미국 유니온뱅크캘리포니아의 지주사를 인수한 데 이어 9월에는 모건스탠리에 9000억엔(지분 21%)을 출자했다.
또 미주와 유럽, 아시아지역에 현지법인이나 자회사를 설립해 해외 거점을 확충하고 현지 주요기업에 대한 대출영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올 1월 메릴린치에 1200억엔을 출자한 미즈호그룹은 스웨덴 볼보그룹과 인도의 타타자동차그룹에 각각 1100억엔과 4000억엔의 협조 융자를 내줬다.
지난 10월 한국 KB금융그룹에 2% 상한 출자한 미쓰이스미토모그룹도 3월 베트남 수출은행, 7월 영국 바클레이즈에 출자했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지난 9월 파산 신청을 한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유럽 부문을 2억2700만달러에 사들였다. 리먼브라더스 가치가 폭락하면서 당초 예상가(80억달러)의 30분의 1 수준에 헐값 인수했다.
아이오이손해보험과 손해보험재팬은 올 10월 한국의 롯데손해보험과 홍콩아시아금융홀딩스에 각각 28억엔(지분 9.9%), 30억엔(지분 5%)을 출자하는 등 보험사들의 세계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 사업 확장에 힘입어 일본 금융기관의 대외 신용잔액은 2003년(1조933억달러)보다 2배 가까이 오른 2조665억달러(2008년 6월말 기준)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처럼 쉽게 해외 이머징마켓에 뛰어들었다가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철수하게 되면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는데다 시장 선점의 기회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우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고 유망한 기업들이 헐값에 시장에 나오고 있는 만큼 일본 금융기관들의 해외 진출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국내 금융기관도 좋은 매물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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