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08 부동산]②강남의 몰락과 강북의 부상

2008-12-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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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시장에서는 '역전'이 속출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강남의 몰락과 강북의 부상이다. 서울 강남으로 대표되는 버블세븐 지역은 거침없는 집값 상승세로 참여정부 시절 갖가지 규제를 양산해 냈지만 올해 들어서는 맥없이 추락했다. 반면 시장에서 저평가돼 온 서울 강북지역은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연초부터 강세를 이어가며 경기 북부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하반기 들어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집값이 전반적인 약세로 기울긴 했지만 강북이 올해 부동산시장을 주도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강북' 뜨고 = 서울 강북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건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반해 발전 가능성이 커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서민주거지역으로 부동산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새 정부 들어 뉴타운 등 도심 재개발사업이 활성화하면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특히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뉴타운 공약이 빗발치면서 매매는 물론 전세시장에 이르기까지 강북지역의 상승세는 최고조에 달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강북의 반란을 주도했던 '노ㆍ도ㆍ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 아파트값은 올해 평균 10.4% 올랐다. 도봉구가 11.56%로 서울에서 상승폭이 가장 컸고 이어 노원구(10.84%)와 강북구(8.94%)가 뒤를 이었다.

서울 강북지역의 상승세는 경기 북부지역으로도 확산됐다. 이 지역 역시 개발 사각지대로 부동산시장 소외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미군기지 반환과 광역교통망 신설 등 대규모 개발이 추진되면서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의정부시가 무려 17.64% 올라 올해 최고 급등지역으로 꼽혔고 양주시(16.61%)와 포천시(11.30%), 동두천시(11.22%)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세가 경기 외곽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정부는 강북 집값 잡기에 나서 지난 4월 노ㆍ도ㆍ강 등 서울 7개구와 의정부·양주시 일부 지역 등을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기도 했다.

◆'강남' 주저앉았지만 = '버블세븐'지역은 체면을 완전히 구긴 한 해였다. 연초에는 새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강남권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규제완화 속도가 늦춰지면서 관망세가 짙어졌고 하반기 들어서는 경기침체 여파로 고점 대비 30~40%나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는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잠실 주공1ㆍ2단지와 시영 등 재건축 아파트 1만8000여가구의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데다 보유세 부담에 대출 이자가 급등해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 부동산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 결과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0.23% 오른 가운데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구는 평균 7.06% 내렸다. 이 가운데 송파구의 하락폭이 10.06%로 가장 컸고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6.94%, 4.18%씩 가격을 낮췄다. 이밖에 버블세븐 지역(목동) 중 하나인 양천구도 4.77% 내렸다.

눈에 띄는 건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만큼 실망이 컸던 재건축 아파트가 하락세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서울지역 재건축아파트는 4.35% 내렸고 송파구는 18.22%, 강동구 15.47%, 강남구는 11.18%나 급락했다.

강남권 이외의 버블세븐지역도 맥을 못추기는 마찬가지다. 신도시 가운데 분당과 평촌이 각각 6.91%, 5.93% 내렸고 용인시는 7.18% 하락했다.

◆동반 약세로 기울어 =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거래시장의 침체는 가속화하고 있다. 맹위를 떨치던 서울 강북지역의 소형 아파트도 최근에는 경기침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하락세에 합류했다. 전세 물건은 남아도는 데 세입자가 나서지 않아 전셋값이 추락하는 '역전세난'도 심화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약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실물경기가 연내에 회복세로 전환되면 내년 집값은 5% 이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연말까지 이어져 금융시장의 유동성 및 신용위기가 내년에도 지속되면 낙폭이 1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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