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에 몰아친 한파가 동부제철을 직접 강타한 분위기나 사측은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제철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신규자금을 공급받은데 이어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의 연봉 30% 반납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자금이 고갈된 것으로 해석됨은 물론 철강업계 불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측, 고강도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이날 “철강업계뿐만이 아니라 산업계 전반이 어렵다”면서 “산은의 2000억원 지원은 유산스(Usance, 기한부 어음) 등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한 단기차입의 형태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은 동부제철에 1년 만기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신규자금 2000억 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금액상 동부제철 자기자본 9800여억여원 대비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수혈을 통해 12월 현재 동부제철의 단기차입금 합계는 기존 3800여억원에서 5800여억원으로 대폭 증가됐다. 문제는 자산 유동성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
특히 6200여억원이 투입되는 충남 당진 아산만 전기로 건설사업이 12월 현재 64%정도의 공정률에 머무르고 있어 추가 투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이 내년 급여의 30%를 반납하기로 이달 초 자진 결의했다”면서 “전기로 사업에 소요되는 6200억 중 5000억원은 공정 진행률에 따라 산은에서 대출해주기로 약정돼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지난해 초 동부실트론 매각과 기존 보유 자산을 합해 현금성 자산 4600억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공사대금 지불에 무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자산매각과 동시에 내부지출을 줄이고 있어 당장의 불안요인은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산은이 동부제철 측에 자구책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주장도 일었으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강태구 산은 기업금융1실 팀장은 “동부제철에 2000억원을 공급하면서 자구책을 강력히 요구하지 않았고 그런 일도 없었다”면서 “어떤 회사든 미래에 대한 염려가 있어 그런 것에 대한 대응준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일반적인 요청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동부제철 관계자 역시 “산은이 자구책을 요구하면서 회사채를 인수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단언했다.
동부제철의 상황은 철강업계 곳곳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내년 예산편성에서 사내 경비 지출규모를 20% 줄이기로 했고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일부 단위공장의 설비보수공사와 공장 가동시간 감축 및 제품 판매 상황에 따라 제품 생산량을 조절하는 ‘사실상 감산’에 들어가는 자구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조강 생산량이 올해 생산량 추정치보다 1.6% 감소한 5311만t에 그칠 것이라면서 전기로 제강 업체들의 신설비 가동 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철강수요 감소에 따른 감산 영향으로 증가세를 이어 오던 조강 생산량이 내년 들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