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만원짜리 고액권 화폐 발행을 무기한 연기한 가운데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17일, 10만원짜리 고액권 화폐 발행을 무기한 보류키로 하고 이를 조만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위원회에 통보, 설명할 예정이다. 현 단계에서 무기한 보류는 사실상 10만원권 발행 취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정부 방침에 불만을 나타내고 법을 개정해서라도 10만원 발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은 "재정위 의원들이 10만원권 발행을 중단한 정부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발행을 촉구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법률안 개정 등의 조치를 통해 원래 방침이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재정위 간사인 최경환 의원도 "고액권 발행은 17대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 촉구결의안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결의안은 법률적 효력을 갖는데 정부가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고액권 발행을 보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 "17대 국회에서 고액권 발행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정부가 발행키로 결정함에 따라 철회했다"면서 "따라서 정부가 발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법률을 통해 강제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10만원권 발행을 무기한 연기한 데 대해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10만원권 뒷면에 들어가는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독도가 없다는 점을 발행 중단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발행 무기한 연기의 이유로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용카드를 비롯한 전자화폐 활성화, 물가불안 초래 우려, 고액권 부정부패 사용 등도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이 또한 고액권 발행을 결정하기 전에 논의를 거쳐 일단락된 문제들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반발에 정부가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정부의 10만원권 발행 무기한 연기 방침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정부 승인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10만원짜리를 발행한다고 의결을 했다가 별다른 이유없이 의결을 번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발행보류를 의결한다면 그동안 중시했던 독립성을 스스로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가 승인을 취소했는데도 중앙은행이 발행을 강행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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