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나친 연체율 관리로 부작용 속출

2008-12-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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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연말결산을 앞두고 연체율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연체율 관리 전담반을 설치해 대출 상환기일이 도래한 개인과 기업고객들을 집중 관리하는 한편 영업점 업적 평가 때 연체대출금 관리 실적의 배점을 높이는 등 연체율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를 지나치게 강화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실물 경제에 돈이 잘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을 부추기고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을 2금융권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부터 여신관리부 내 '집중관리반'을 신설해 특별관리가 필요한 여신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영업적 업적 평가 때 연체대출금 관리 실적에 대한 배점도 높이기로 했다.

또 중소 건설업 등 경기민감 업종과 조선업종, 키코 등 외환파생상품 거래가 많은 업체에 대해 신용등급 적정성 점검을 강화한다.

신한은행은 연말 연체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사업그룹에 연체 감축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연말까지 개인과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연체 감축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이달 들어 14개 가계영업본부에 연체관리 전담반을 파견했다.

외환은행은 최근 여신관리 총괄반을 신설해 부실 발생위험이 큰 업종부터 주제별로 정밀진단하고 그 결과를 각 사업본부와 영업점에 통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97%로 1년 새 0.08%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도 1.30%로 0.18%포인트 올랐다.

특히,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기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말 대비 0.28%포인트 상승한 1.50%를 기록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지나친 연체율 관리로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대출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나 개인들은  대출 조차 받지 못해 2금융권이나 사채업계에 손을 벌리는 상황이다.

신용카드사 등 2금융권도 연체율 관리와 채권추심을 강화하면서 고객들의 불만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체 날짜가 5일을 넘지 않았는데도 카드 사용을 정지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카드대금을 연체한 고객이 금감원에 접수하는 채권추심 상담 건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신용카드 채권추심 관련 상담은 4517건으로 전년동기대비 56.2%나 늘었다.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털업체도 과도한 채권추심 행위가 적발돼 개선권고를 받기도 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연말 결산기를 맞아 회사별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채권추심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연체채권을 넘겨 받아 돈을 대신 받아주는 신용정보회사도 금융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9월 말까지 신용정보 관련 민원은 2406건으로 전년동기대비 14.3% 증가했다.

신용정보사가 회사에 급여압류를 의뢰해 채권자가 퇴사위기에 처하고 채무자 본인이 아닌 가족들에게 채무불이행 사실을 알리고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해 최근 금감원에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김건호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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