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기업 걸러낸다

2008-12-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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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대상 기업 점검 착수
거래기업 중 20% 퇴출 예상

정부가 기업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함에 따라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회생 가능한 곳과 부실한 곳을 가려내는 기업 분석 작업에 착수하고 관련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어 이르면 내년 초부터 퇴출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 불가능한 기업에 대해 여신지원을 중단해 부실 확산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기업 부실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래기업을 업종별로 점검하는 등 구조조정 대상을 골라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최근 기업금융개선지원본부를 설치해 건설업과 조선업, 해운업 등 3개 업종에 대한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채권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미만인 7만 여개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부채비율과 유동성비율, 리스크 관리 등 분야별로 점검해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B등급 기업에 자금 지원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거래 기업중 은행에 타격을 주는 기업을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다른 채권은행이 해당 기업에 대한 지원을 반대할 때를 대비해 회계법인 등과 공동으로 기업실사도 벌일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담보제공과 인적 구조조정, 보유 부동산 처분 등 자구책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신용등급이 B+ 이하인 거래기업이 15~20%로, 이중 일부 퇴출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조만간 기업개선지원단을 신설해 회생 가능 여부를 판단한 뒤 금융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됨에 따라 퇴출 당하는 기업이 속속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들은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최대한 살린다는 계획이지만 연말에 올해 영업실적이 발표되면 기업들의 회생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회사채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는 326개 기업 가운데 신용등급이 BB+ 이하로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곳이 81개(24.8%)에 달했으며 채무 불이행 상태(최하위인 D등급)에 빠진 곳도 5곳이다.

한국은행이 상장·등록법인 등 제조업계 1140여개사를 분석한 결과, 3분기에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30.8%에 달한다.   

이들 적자 기업을 포함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의 비중도 올해 2분기 33.6%에서 3분기 39.5%로 급증했다.

은행들은 1차로 퇴출기업이 나올 업종으로 건설과 조선업을 염두하고 있다.   

이경수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은 일단 부실 처리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진행되고 그 핵심은 금융과 건설업종이 해당될 것"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회복 국면에서는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업종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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