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이 수사에 협조적이냐는 질문에 "(조사를) 잘 받고 있다. 자신의 입장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가 조사를 받았던 같은 층의 1120호 특별조사실보다는 크기가 작은 중형 규모이다.
당초 검찰은 이번 주 후반이나 주말께 박 회장을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 수사가 박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를 내면서 9일 박 회장에게 소환을 전격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기획관은 박 회장 측이 자진출석 입장을 먼저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원래 오늘 불러서 조사하려고 했다. 중요 사건을 조사할 때 우리가 먼저 날짜를 잡아 출석하라고 하지 조사받는 쪽에서 날짜를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회장 관련 의혹이 수사의 초점에서 일부 벗어나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소환을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통상 오전 10시께 피의자나 참고인을 소환하지만 언론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박 회장 측의 입장을 고려해 오전 8시 소환했다.
그는 검찰이 이날 일찍 출석하라고 하자 경남 김해 자택이 아니라 미리 올라와 서울에서 잠을 잔 뒤 검찰청사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박정식 중수2과장과 잠시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 및 조세포탈' 등 3대 의혹을 수사하는 중수2과의 박찬호, 유성렬, 신응석 검사로부터 돌아가면서 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은 오전 조사를 마친 뒤 검찰이 제공한 김치찌개로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다시 강도 높은 오후 조사에 임했다.
최 기획관은 "조사할 내용이 상당히 많아 (박 회장이) 일찍 나와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오늘 안으로 끝내겠다"고 말해 이날 중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이날 같은 층에서 노건평씨도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대질신문을 하지 않아 서로 마주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