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10일 세종증권 매각 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5시간여 동안 조사한 뒤 오후 11시께 일단 돌려보냈다.
검찰은 11일 박 회장에 대해 범죄 혐의가 정리되는 대로 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휴켐스 헐값 인수 등 다른 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는지 묻자 "다른 부분은 인정할 것도 없고, 정상대로 했다. 다른 의혹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가 "홍콩 법인도 인정한다"라고 밝힌데 대해서도 태광실업 관계자는 이후 부연설명을 통해 "홍콩 법인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뜻이지 홍콩법인 배당이익 소득세를 포탈했다는 점을 시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박 회장은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경남 김해 자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울 모처에 머무를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포탈과 홍콩법인 배당이익 차명 수령으로 인한 소득세 포탈 등 모두 250억∼26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2005년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으로부터 세종증권을 인수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얻어 세종증권 주식에 투자해 2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증권거래법 위반)와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ㆍ남해화학 인수 청탁 명목으로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수사하고 있다.
휴켐스가 적정가보다 고의로 헐값에 박 회장에게 매각됐다면 정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처벌할 수 있고 박 회장 또한 공범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박 회장은 이날 대검 11층 조사실에서 3명의 검사로부터 각각 `조세포탈',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거래', `휴켐스 헐값인수' 등 3대 주요 혐의에 대해 번갈아 신문을 받았으며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 주식 차명거래로 얻은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수십억원 포탈 혐의는 시인했지만 미공개 정보 이용 또는 홍콩법인 배당이익 소득세 200억여원 포탈 의혹 등에 대해서는 준비해온 자료와 변호사의 도움 등을 얻어 적극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박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밝혀왔지만 박 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에는 이 부분도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