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쓰나미가 국내 금융시장을 휩쓸었던 올 한 해 신한금융지주는 수익성과 건전성 면에서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10월 중순 이후 두 달 동안 시가총액에서 KB금융지주를 웃돌면서 리딩 뱅크 타이틀에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키코(KIKO) 손실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 등의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부가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자본 확충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자본 확충을 위한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키코·PF 불안 뇌관…방심은 금물 = 신한지주의 강점은 은행 부문과 비은행 부문의 조화다. 어느 한 쪽에서 손실이 나도 다른 부문에서 메워주는 형국이다.
올해에도 신한은행은 지난해 LG카드 및 자사주 매각에 따른 일회성 순이익 증가 효과가 사라지고 신용경색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누적 순이익이 급감했다.
반면 비은행 부문에서 은행 부문을 뛰어넘는 1조10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그룹 전체 순이익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신한지주가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견실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고 리스크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입을 모은다.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은 9일 현재 13조4900억원이다. 이는 KB지주의 12조1000억원보다 1조3900억원 가량 많은 금액으로 2개월 이상 금융권 시가총액 1위를 질주 중이다.
그러나 불안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한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키코 판매 잔액은 3272억원으로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해 키코에 가입한 수출업체들이 도산하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신한지주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2.64%로 높아졌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6월 말 기준 5조9000억원이다.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을 포함하면 7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내년 쓰러지는 건설사가 늘어나게 되면 PF 대출 리스크도 높아질 것"이라며 "3분기 신한은행의 부실자산 상각금액이 322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6% 가량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건전성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자본확충 여력 '바닥' = 은행권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의 자본 확충 여력은 거의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기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 중 기본자본을 높이는 데 쉽게 사용되는 하이브리드채권 발행 한도는 제로다. 국민은행(1조1177억원)과 우리은행(3100억원), 하나은행(8000억원)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정부가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한도를 확대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채권 매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외형 확대 경쟁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신한은행의 예대율(대출금 대비 예수금)은 130.3%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모자란 대출 재원을 외부 차입으로 메우면서 이자비용이 급증해 올 상반기에만 3조440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상반기 2조6600억원에 비해 8000억원 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원화대출 대비 대손충당금전입액으로 사용한 비용도 43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배 늘어났으며 대출자산 대비 대손비용율은 0.20%에서 0.36%로 0.16%포인트 높아졌다.
부실채권 상각 규모는 3분기까지 25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20억원보다 1040억원 가량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되면서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며 "신한지주도 다른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외형 확대 경쟁을 펼친 데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