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1500여억원을 들여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그린파킹' 사업이 때아닌 뭇매를 맞고 있다. 골목이 좁아 그린파킹으로 조성한 주차면에 완전주차가 어렵거나, 주차면을 조성하기 위해 담을 허물어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거주민이 많아지는 등 주민 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파킹이란 대도시 노후 주택 밀집지역의 주차난을 줄이기 위해 시예산과 구예산을 들여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에 따라 25개 자치구는 2004년 시범지역을 선정해 2008개 가구에 3921면을 조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옥주의 신청을 받은 주택에 한해 각 면당 공사비 600만원을 예산을 책정해 주차공간을 조성했다.
*일 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역에 그린파킹으로 조성한 주차장은 3만4743면으로 현재까지 이 사업에는 총 152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는 2004년 310억원을 투입해 그린파킹 3921면을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350억원 투입, 6982면 ▲2006년 230억원 투입, 5868면 ▲2007년 345억원 투입, 7589면 ▲2008년 294억원 투입, 5883면 등이다. 시는 내년에도 305억원을 들여 그린파킹 4500면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다. 주차장 설치까진 좋았지만 골목 곳곳에 허물지 못하고 남아있는 담장때문에 차량 통행이 불편한데다 담장을 허물면서 그대로 노출된 현관문이나 창문 등으로 인해 안전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노후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도로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좁은 골목이 많기 마련이다. 때문에 그린파킹으로 주차공간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차 한대가 주차장에 완전히 들어가는 '완전주차'가 가능한 곳은 그리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시와 자치구들은 2.3m⨯5m(가로‧세로)에 해당하는 부지가 확보될 경우에는 완전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을 조성했고 50cm에 한해 면적이 부족할 시에는 반걸침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반걸침주차다. 화재나 비상시에 소방차는 커녕 배달용 오토바이도 지나가기 어렵다는 것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영등포구 대림동에 거주하는 성모(53.여)씨는 "공사비도 지원해주고 CCTV도 설치해준다고 해서 주차면을 만들긴 했지만 원래 마당이 좁았기 때문에 완전주차 공간이 확보되지 못해 반걸침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나가던 배달용 오토바이가 차를 긁어 놓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주민 차모(28)씨는 "주차장이 생긴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안 그래도 골목이 좁은데 이러다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가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게 바로 전시행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주차공간과 맞닿아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는 창문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린파킹으로 담장을 허물면서 각 자치구에선 인근에 CCTV를 설치했지만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3만여면의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설치된 CCTV는 단 500여대에 불과하다. CCTV 설치는 당초 담장허물기에 대해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보안문제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주고자 그린파킹사업과 함께 지원키로 했던 사항이다.
그린파킹이 설치된 주택의 반 지하에 거주하는 T씨는 "아직까지 범죄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담이 헐리니 아무래도 불안감이 생겨 밖에서 소리가 나면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고척동의 한 주민은 "자비라도 들여 허문 담을 다시 쌓고 싶지만 5년 안에 다시 담을 세울 경우는 공사비 일체의 부담은 물론 지원비를 물어내야 한다"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자치구와 서울시는 "주차면 조성까지는 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사후 관리는 가옥주의 몫"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연홍 영등포구 그린파킹담당자는 "단속대상이 될 수 있으니 조성 당시 신청 대상 구민들에게 긴급차량의 통행로를 확보해둬야 한다고 전했다"며 "생활환경이 개선된 만큼 그 이후 관리는 가옥주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오는 2012년까지 그린파킹사업에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