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이 총 8천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위기를 탈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색했다.
하이닉스 핵심 관계자는 9일 외환, 산업, 우리, 신한, 농협 등 5개 주주은행이 대출금(5천억원)과 증자참여(3천억원)을 통해 내년 1월중 신규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유동성 위기로부터 완전하게 탈피하지는 못하겠지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올들어 1분기 4천8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 1천720억원 적자, 3분기 4천6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올해 3분기까지만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이같은 적자 규모는 채권단이 지원키로 한 8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자구노력의 병행이 불가피하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최소 5천억원에서 1조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하는 등 자구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채산성 악화로 이미 가동을 중단한 미국에 있는 유진공장, 이천 M7공장, 청주 M9 공장 등의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연수원과 벽제의 옛 현대유니콘스 야구장 등을 매각하면 자금난 문제를 거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시황 악화가 얼마나 지속될지와 경기침체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팔려고 내놓은 비핵심자산을 매입할 구매자가 나타날 것인지가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황이 가장 큰 변수"라며 "현재의 자구노력은 반도체 시황이 내년 말까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추진하고 있어 만약 내년 2분기 정도에 시황이 회복된다면 생각보다 일찍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