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증권사 보고서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생명이다.
그러나 시장을 정확히 예견하기 보다는 시장상황 쫓아가기에 급급하거나 낙관적 시각으로 편향된 보고서들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는 종목 보고서의 목표치가 실제로 들어맞는 경우는 5%대에 불과했다.
투자정보중개사 투자인이 한 일간지에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주가와 목표가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목표가 괴리율'은 증권사별로 10~30%였고 증권사의 투자의견과 실제 주가흐름의 일치여부를 측정하는 추세 적중률도 30%에 그쳤다.
시장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낙관적 전망만 쏟아내는 보고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보고서들은 추천종목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뿐 매도를 권고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1100선을 넘었다고 흥분하는 현재로선 지난해 증권사들이 2008년 코스피 지수 변동 폭을 평균 1800~2400선으로 예상했다는게 우스울 정도다.
올 연초에 예상됐던 한국증시의 EPS증가율 전망치는 17.3% 증가였는데 실제로는 12.7% 감소로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연말에 등장했던 다음해 기업이익 추정치와 실제 실현이익을 비교하면 양자간의 차이가 5% 이내였던 경우는 단 2차례(2005년과 2007년)였다.
증시가 한창 혼란할 때는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줄이고 몸을 사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증권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증권가의 실적 추정치 변화가 늘 주가에 후행했다는 것"이라며 "2000년 이후 주가 고점과 이익 전망치 하향조정 시작의 시차는 3~9개월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의 말대로 증권사의 보고서가 향후 주가 움직임에 대한 선제적 시그널이 되기 보다는 이미 움직이고 있는 주가를 사후적으로 추인하는데 그쳤던 셈이다.
그 어느때 보다도 혼란한 모습의 주식시장이다.
길잡이까지는 힘들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길을 가르쳐주는 보고서의 등장은 줄여가야할 것이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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