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발표될 경제운용방향 발표를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경제 위기는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 정부 입장에선 움직이는 과녁에 화살을 쏘는 격이다.
처음에는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들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데 그쳤지만 서서히 대세가 되고 최근엔 국내 금융회사들마저 이런 흐름에 동참하면서 무게 중심을 잡아야할 정부가 더욱 난감한 지경이 됐다.
◇7개 투자銀 "한국 내년 1.2% 성장"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UBS.스탠다드차타드.바클레이스.메릴린치 등 7개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1.2%(11월30일 기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3.1%와 2.7%로 국내 민간연구소들과 비슷한 성장률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만 JP모건은 1.5%, 메릴린치 1.5%, 스탠다드차타드 1.4%, 바클레이스 1.0%로 1%대라는 혹독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UBS는 -3.0%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UBS의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한국은 내년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이 큰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훨씬 나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전세계적으로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장률 전망이 점차 하향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9월30일에는 4.3%이던 것이 10월31일에는 3.0%로, 11월30일에는 1.2%로 내려갔다.
경기하강 속도가 이런 식으로 점차 빨라진다면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 당국자들 역시 경기 하강 속도가 너무 빨라 현 상황에서 전망치를 내놓는 것 자체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국내기관도 마이너스 성장률 등장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국내 기관들도 비관적인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달 초 내놓은 '2009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0.2%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기관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것은 처음이다.
SK경영연구소 역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이 역시 국내 경제연구기관이 발표한 전망치 중 매우 낮은 수치다.
이런 수치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한국 민간 연구기관들은 3% 선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년 성장률을 3.6%에서 3.2%로 낮춘 바 있고, KDI는 3.3%, LG경제연구원 3.6%, 현대경제연구원 3.9%, 금융연구원 3.4% 등이다.
삼성경제연구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정 전망은 10~11월에 이뤄졌다. 바뀐 경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1월말에 각각 2.0%, 2.7%라는 수치를 제시한 바 있다.
◇정부 고민 중..3% 중반 유력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아직은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내년 예산수정안을 내면서 제시한 4% 안팎을 유지히고 있으나 이후 경기 하강속도가 빠른 것이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대외여건도 계속 안좋아지고 있어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에서 국제통화기금 등의 전망치를 반영, 내년 성장률이 2%대 중후반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혀 성장률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늘 정부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여러 조치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성장률은 외부에서 보는 전망보다 1% 포인트 가량은 더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전망치를 내려 잡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지난달 3일 전망치를 1%포인트 내려 잡은 지 이제 한달여밖에 안됐다는 점도 전망치 수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전망치를 묻는 질문에 대해 "고민 중이다. 더 이상은 말 못한다"면서 전망치의 하향조정에 대해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하루가 다르게 실물경기 위축이 진행되고 있어 경제위기가 언제 끝날지, 어느 만큼 내려갈지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3% 중반대의 성장률 수치를 내놓을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이미 내놓은 수치가 객관적인 성장률은 2.8~3.2%이고 여기에 정책의지를 반영해서 1%포인트 높은 4% 내외로 했기 때문에 이를 3% 이하로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3% 후반으로 해서는 수정하는 의미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