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을 압박해 대출 만기규제 철폐라는 성과를 얻어 낸 엔화대출자들이 이번에는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3배 이상 올리면서 폭리를 취하는 동안 금감원이 감독을 소홀히 해 대출자들만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3일 금감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엔화대출자 모임은 최근 금감원에 은행권의 과도한 금리 인상과 대출 만기 연장시 은행 상품을 끼워 파는 이른바 '꺾기' 관행에 대해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금감원의 감독 소홀 책임을 묻기 위해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정종철 엔화대출자 모임 공동대표는 "은행들이 만기 연장시 금리를 대폭 올리고 추가 담보나 적금 가입 등을 요구해 대출자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은이 만기규제를 폐지한 만큼 금리 인상 자제와 '꺾기' 행위 근절 등을 금감원과 은행권에 강하게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환수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지난 2006년 엔화대출 가입 때부터 올 초까지 1.9~2.5% 수준이었던 대출금리가 지난 3월 이후 4.1~5.0%로 오른 뒤 10월 들어서는 7.0~8.0%까지 치솟는 등 은행들이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조달비용 상승과 대출자 신용 하락 때문에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엔화대출은 1년이 지나 만기를 연장할 때마다 신용평가를 다시 실시해 이를 근거로 금리를 결정한다"며 "조달비용도 많이 올라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출자들은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엔화를 들여와 대출을 해주면서 조달비용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대출자 신용 하락도 한은이 대출 만기를 규제했기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회수 엔화대출자 모임 공동대표는 "처음 만기를 연장했던 지난 3월에는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최근 환율의 절반 수준이었는데 조달비용이 상승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지난 2년 동안 일본 기준금리는 0.5%에서 0.25%로 오히려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신용 하락도 한은이 외화대출 용도를 제한하고 대출 만기를 규제하면서 은행들이 엔화대출을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호 김유경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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