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I 증가율 환란 후 최악, 경제지표 일제히 '적신호'
정부, 감세·재정지출·금리인하 활용 경기부양 시급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투자와 소비도 '제로 성장'에 머무는 등 국내 경제 전반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올 4분기를 지나 내년 상반기로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경기침체의 그늘은 갈수록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여파가 실물경제로 본격적으로 전이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늘리고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 생산·투자·소비·소득 지표 동반 추락 =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5% 성장해 2004년 3분기(0.5%)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GDP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1.6%에서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0.8%로 떨어진 데 이어 3분기에는 더욱 낮아졌다.
제조업의 경우 음식료·담배(-0.6%)와 가구·기타(-1.7%), 금속제품(-0.2%), 전기전자(-0.1%) 등의 감소세가 두드러졌으며 서비스업은 통신(-0.1%), 부동산(-0.8%), 오락·문화서비스(-0.7%) 업종이 고전했다.
민간 소비도 전분기 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쳐 사실상 '제로 성장'을 기록했다. 교통(-2.5%), 통신(-1.2%) 등이 감소했으며 교육(0.4%), 임료·수도광열(0.1%) 등도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투자도 거의 동결돼 설비·건설·무형고정자산 투자로 이뤄진 총고정자본형성은 전분기보다 0.7% 증가했다.
특히 실질 GNI 증가율은 전기 대비 -3.7%를 기록해 지난 1998년 1분기 -9.6%를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실질 GNI는 국민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며 이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경제가 외형적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실제 소득은 감소했다는 의미다.
국민 처분가능소득도 0.4% 감소해 1998년 3분기(-1.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 GNI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다"며 "유가가 8~9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도입 계약의 시차 때문에 10월부터 국내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4분기 더욱 악화될 듯…내년 상반기 고비 = 4분기에는 경기 하강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관련 경제지표에서 부정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3% 줄어들어 지난 2001년 12월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컴퓨터(-55%), 가전(-51%), 반도체(-44%), 석유화학(-37%), 자동차부품(-31%) 등의 하락폭이 컸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보다 0.8%포인트 하락해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향후 경기 동향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전월 대비 0.5%포인트 떨어져 11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이밖에도 10월 취업자 수는 2384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만7000명(0.4%) 증가하는데 그쳐 정부 목표치인 20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정 팀장은 "금융위기 여파가 생각보다 빠르게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고용악화와 가계부채, 수출감소 등으로 경제 상황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실물경제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경제 전 부문이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금리 인하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는 물론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정부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