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고 대출 여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공적자금에 준하는 성격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후순위채 발행과 증자 등 자구 노력을 유도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0조 원 규모로 조성 예정인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일부 자금과 산업은행, 연기금 등을 통해 은행의 후순위채를 사들이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로 사들이는 은행채의 10% 안팎이 후순위채인데 이 후순위채의 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BIS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공사채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대상에 넣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사들여 BIS 비율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은행 부실채권의 매입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캠코는 12월에 4천억 원 정도의 공사채를 발행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을 검토 중으로, 자본금이 늘어나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더 많이 사들일 수 있다.
은행들이 상환우선주를 발행하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나 연기금이 사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상환우선주를 매입하면 높은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은행으로서는 나중에 비용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
원칙대로라면 은행이 부실에 빠져야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는데 부실 우려가 있을 때 선제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은 이달 초 "부도가 나기 전에 금융기관과 기업 간 구조조정을 선제로 하고, 은행들의 법적 지원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고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맨 마지막 단계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조기 실현 가능성을 점치기는 힘들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자본 확충은 은행 스스로 최대한 대출 여력을 높이도록 한다는 원칙"이라며 "정부의 역할은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지금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현재 단기 대책으로 검토하는 것은 공적자금의 직접 투입이 아니라 은행들의 자구 노력에 맞추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식의 지원책"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