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로 돌아갈 비행기삯도 없어요"
일본은 1920~40년대 해외이주 사업을 활발히 펼쳤다. |
요코하마시의 요코하마 공공직업 안정소를 찾은 일본계 브라질인 여성(32)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니던 회사가 인원 감축을 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고 만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일본까지 날아온 일본계 외국인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감산 및 구조조정에 들어간 일본 제조사들이 외국인 노동자와의 계약을 잇따라 해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채우기 위해 일부 현(일본의 행정단위)들이 1990년대부터 일본계 외국인을 파견직 형태로 고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와 비슷한 제도로 구인난이 특히 심하던 제조업 분야에 주로 투입됐다.
이들의 수는 2000년대 들어 크게 늘어 일본 중부지역(시즈오카, 나가노현에서 아이치현까지의 지역)에 있는 일본계 브라질인만 해도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악화되자 일본 제조업체들이 이들과의 계약을 조기만료하거나 연장을 포기하고 있어 줄줄이 실업자 신세가 되고 있다.
모아둔 돈이 없거나 모국으로 송금을 못한 일본계 외국인들은 발품을 팔아 일자리 찾기에 나서거나 직업소개 상담소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직업소개소를 찾은 한 일본계 브라질인 남성은 "비행기 삯이라도 모이면 모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2개월 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이렇게 된 이상 브라질에 있는 아이들의 대학 등록금을 모을 때까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요코하마에서 재일 브라질인을 위한 잡지를 만들고 있는 히가시 마리 기자는 "경기침체로 재일 브라질인들을 포함한 일본계 외국인들의 생활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집세를 내지 못해 홈리스로 전락하는 브라질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위기감을 높였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들과 시민들은 구제단체를 만들고 있다.
요코하마시에 거주 중인 일본계 브라질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실업자 구제단체를 11월 중순에 설립한 요코하마시는 일본인의 일손이 부족한 서비스업과 농업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재일 외국인들이 일본어를 배우기 위한 지원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이 구제단체의 회원인 일본인 2세 자하 카를로스(44)씨는 "어떻게 하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실업문제가 범죄 유발을 불러올 수 있어 사전 조치가 필요한 만큼 외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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