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지혜의 신 '미네르바'가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 술자리 안주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맹활약중인 베일에 쌓인 그는 최근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경제상황을 앞서 예언해 네티즌 사이에서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불린다.
정부가 출범 초기 공언한 낙관적 경제전망이 잇따라 절망적 결과로 돌아오고 이로 인해 당국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
문제는 그는 물론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내놓는 비관론이 시장을 더욱 깊은 절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네르바'는 코스피가 일본계 환투기 세력 공격으로 500선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공포스러운 예견이다.
제도권 증권사도 요즘 IMF 환란 재현을 전제로 코스피 500선 추락 가능성을 담은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증권사에서는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 아래로 하락하고 국내 주택가격이 고점대비 30% 이상 떨어지는 것을 가정한 시나리오라며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단서를 붙였다.
모든 산업군에 걸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가동률 급감, 설비투자 축소, 보유자산 매각으로 이어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강세장에서 낙관론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약세장에서는 의례 비관론이 무성했다.
요즘 바뀐 게 있다면 제도권 밖에 있는 개인 논객도 인터넷을 통한 시장 전망으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도권에 속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회사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면 이들 인터넷 논객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어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정부나 금융기관처럼 전망에 따른 책임이 없는 개인에 의해 시장이 끌려다녀서는 곤란하다.
사실 내일 주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예측은 틀릴 수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코스피가 500선으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몇몇 주장처럼 돌발 악재로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도 않는다.
과거 흐름을 볼 때 지수가 올랐던 내렸던 수직으로 움직인 적은 없으며 1000선 안팎인 현재 지수가 반토막인 500선으로 주저앉으려면 그에 상당한 원인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오히려 비관론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때 '기다리는 고점이나 저점은 오지 않는다'는 증시 격언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지금이 세계적인 투자 귀재들이 말하는 100년에 한번 있을 만한 기회일 지 반토막으로 가는 시작일 지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한쪽에만 치우쳐서는 시장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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