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의 기적은 일어날까. 급등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증시가 한숨 돌리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지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정부가 핵심 요직 인사를 단행했다는 사실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 역시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차기 재무장관으로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준비은행 총재를 내정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라고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같은 기대감은 지난 주말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는 재료로 작용하기도 했다.
사진: 미국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시세판을 보고 있다. |
오크트리 애셋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파블릭 투자전략가는 "(가이스너 내정 소식은) 좋은 뉴스다"라면서 "이제 목표를 갖고 함께 일할 수 있는 팀이 생겼으며 이에 힘입어 현재와 같은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장관과 함께 차기 정부의 또 다른 핵심요직은 국무장관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정해졌고 빌 리처드슨 전 에너지 장관은 상무장관에 내정됐다.
차기 행정부의 인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있지만 펀더멘털적인 부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업종의 움직임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지난주 씨티그룹이 M&A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주간 씨티그룹의 주가가 반토막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바 있다.
파블릭 전략가는 "거대 금융기관이 매각되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자산을 처분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밝혔다.
이번주는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로 27일 증시가 휴장한다. 전문가들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미국 소매업종의 대목이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신용위기 폭풍이 소비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뜻하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매출 실적이 올해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전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소비심리에 직격탄을 날리는 고용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늘리는 것은 제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와코비아의 샘 불라드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번달 일자리는 35만건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주 미국증시의 주요 증시는 주말 반등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한주간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6.5%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 역시 지난주 각각 6.3%와 8.7% 빠졌다.
최근 1년간 다우지수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지난주 하락으로 전세계 증시에서 허공으로 사라진 돈만 30조달러(약 4경5000조원)에 달한다. 이는 다시 증시 바닥론을 이끌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증시 바닥에 대해서는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힌즈데일 어소시에이츠의 폴 놀테 투자담당 책임자는 "주식이 저평가됐다면 좋겠다"면서 "그러나 금융권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움직임 역시 좋지 않은 것이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24일 10월 기존주택판매를 시작으로 주요 경제지표 결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미국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는 전월 518만채를 기록한 기존주택판매가 10월에는 500만채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5일에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와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발표되고 26일에는 10월 개인소득과 지출, 근원 개인소비지출지수, 내구재주문, 시카고 지역 구매관리지수, 신규주택판매가 발표될 예정이다.
신용위기 사태가 실물경제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가운데 3분기 GDP 성장률은 지난달 공개된 잠정치 -0.3%에서 -0.6%로 감소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소득 역시 0.1% 늘어나고 지출은 1% 감소할 전망이다. 주요 제조업지표인 내구재주문은 10월 2.5% 감소하고 신규주택판매는 전월 46만4000채에서 44만1500채로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BMO 캐피탈 마켓의 살 구아티에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지표는 모두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최소한 향후 6개월 동안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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