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현실화..더 오를까

2008-11-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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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20일 장중 1,500원을 돌파하면서 도대체 어디까지 오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세계적 신용경색 현상과 대외 불균형에 따른 달러화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한 환율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국내 경기 둔화와 외국인의 대규모 국내자산 투매로 지난 달과 같은 환율 폭등세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내년 2분기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10년8개월만에 1,500원 돌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50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하면서 1998년 3월19일 이후 10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다.

   7월 말 1,000원 선에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던 환율은 리만브라더스의 파산 신청 여파로 상승세를 강화하면서 10월28일 장중 1,495.00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1,500원 돌파에는 실패했고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의 영향으로 이틀 뒤 1,250원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국내외 주가가 급락하자 급등세로 돌아서 1,500원 고지를 넘보고 있다.

   뉴욕 증시 급락이 국내 증시를 거쳐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등을 촉발하고 있다.

   뉴욕 주가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급락하면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외국인의 원화 자산 투매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증시에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 매도세를 강화하면서 20일까지 2조4천억 원 가량 순매도하고 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4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뉴욕 등 해외주가의 급락에 따른 해외펀드의 수익률 하락으로 투신권이 환율변동위험 헤지분을 청산하면서 달러화 수요를 부추기는 점도 환율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

  
◇ 수급불균형 지속..상승세 장기화 전망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 등 특단의 대책에도 환율이 폭등하면서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뉴욕 증시 하락→원.달러 환율의 상승' 공식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이후로도 달러화 수요 우위가 지속되고 있는 점 환율 상승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정도 감소하면서 이달 수출이 6년 만에 실질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내년 무역수지가 12억 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던 기획재정부가 최근 56억 달러 적자로 전망을 수정해 수급 불균형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국인의 국내 자산 매도세가 증시에 채권시장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점도 환율 상승을 부추길 요인이다.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상장채권시장에서 결제기준으로 지난달 4조2천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도 18일까지 1조3천억 원 가량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씨티그룹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건설.부동산과 가계 부문의 부채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어서 외국인들의 자금 회수가 급속하게 진행되면 주가 500, 환율 2,000원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며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큰 시련을 겪지 않으려면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건설 부문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율이 1,500원을 일시적으로 넘어서더라도 급등세를 재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새 정부 출범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되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누그러지면 외국인의 원화 자산 매수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기술적으로는 1,550원 언저리까지는 볼 수 있지만 상승세가 장기화된다기 보다는 지난 9월 이후 유지되고 있는 1,300원 이상의 고환율 구간에서의 흐름이 지속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이 국내외 주식시장과 연동되고 있어 환율이 먼저 안정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세계적 유동성 회수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저금리 환경이 조성되고 당국 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되면 달러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원화 등 기타 통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2분기부터는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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