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 투입에도 금융시장 '칼바람'

2008-11-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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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은행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했거나 지원할 금액이 130조원을 넘어섰지만 자금시장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위기의 충격을 줄이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면서 안정세를 보이던 금융시장이 최근 다시 악화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장의 달러기근이 심화되자 약 300억 달러를 공급한 데 이어 수출입금융에 160억달러 등 추가로 25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은행들의 외화차입에 대해서는 140억 달러의 지급보증을 설 계획이다. 이를 원화(올9-10월 평균 환율 1231.70원)로 환산할 경우 모두 74조원에 달한다.


또한 금융회사와 기업에 원화 유동성을 수혈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총액한도대출을 2조5000억원 늘렸고, 이달에는 환매조건부채권(RP)거래를 통해 2조원을 투입했다.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회사채와 금융채 등의 매입키로 했으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책은행 증자(1조3000억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출연(5000억원)과 보증 확대(6조원) 도 계획 중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원하는 외화와 원화를 포함한 총 합산액은 133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최근 한달새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하했다.

이런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 위축, 기업부도 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불안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의 주식시장 이탈로 달러화 환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글로벌 실물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28일 1467.80원까지 폭등한 뒤 같은 달 30일 한·미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로 1250.0원으로 떨어졌지만 20일에는 장중 1500원을 돌파했다.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외화 조달 여건도 어려워지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달러화 대비 원화 절하율은 19.9%(19일 기준)로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 자금시장에서 하루짜리(오버나이트) 달러화 금리가 이달 초 0.30%에서 최근 0.45% 수준으로 상승했고 국내 은행간 만기 1년짜리 이하의 달러화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4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의 가산금리는 지난달 27일 7.9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이달 4일 4.74%로 급락했지만 18일에는 5.38%로 올랐다. 한국의 외화채권에 대한 신용위험도가 다시 높아지며 외화 조달 비용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하하고 원화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지만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이달 들어 0.48%포인트, 은행채 금리는 0.81%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여신전문회사들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는 8%대로 높은 수준이며, 이마저도 발행이 쉽지 않아 금융회사와 기업의 자금 조달이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에는 신용부도에 대한 공포로 외화자금 시장이 이상 반응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큰 악재가 되고 있다"며 "실물경기 침체가 외국인의 투자자금 이탈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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