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21기 추모식이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선영에서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CJ 신세계 등 범 삼성가 가족, 삼성 계열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추모식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제 침체로 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국내 재계 분위기를 반영해 엄숙한 가운데 비교적 조촐하게 진행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불참했다. 애초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던 이 전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감기 몸살로 인해 무리하지 말라는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 불참키로 했다”며 “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고, 저녁 장충동에서의 제사는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추모식에는 참여치 않았지만 저녁 제사에는 참석한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나오지 않았으나 이 선대회장의 손자인 이재용 전무는 참석했다.
삼성 특검 사태 이후 최고고객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난 뒤 신흥시장 개척 임무를 띠고 중국 상하이 등을 돌고 있는 이 전무는 최근엔 콜린 파월 미국 전 국무장관, 엘 고어 전 부통령 등과 잇따라 접촉하며 보폭을 넓히는 등 사업 보폭과 인적 네트워크의 폭을 넓히는 데 진력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는 데 골몰하고 있는 삼성 사장들도 이날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최근 북한 동향을 주제로 외부강사를 초청한 강연을 진행한 사장단협의회를 끝낸 직후 곧바로 용인 선영을 찾아 참배했다.
추모식은 최대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외부인사 참석을 가능한 한 줄이고 별도의 추모사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이건희 전 회장의 ‘삼성재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한 달여 남은 상황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올해 추모식은 조촐하게 가족 중심으로 지냈다”며 “범삼성가 계열사의 임직원 참석 범위도 사장급으로 제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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