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G20 금융정상회의 성과 및 미정권교체에 따른 한미현안에 관해 의견을 밝혔다.
지난 4월에 이어 두번째인 이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한국 정상이 처음으로 참여한데다 내년 1월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진행된 특파원들과의 문답은 오바마 정권 출범과 한미관계에 초점이 모아졌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정권 출범에 대비한 한미관계 강화방안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미국의 외교는 국익중심으로 움직여 왔다"면서 "(대외기조에) 근본적이고 갑작스러운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의 대선승리 직후 이뤄진 전화통화 내용을 거론하며 "(오바마 당선인) 본인이 북핵해결에 있어서 한미간 철저히 공조하고 협의하겠다고 분명히 전제하고 말했다"면서 "부시 정권이 확답한 것보다도 더 분명하게 본인이 먼저 얘기했다"고 전해 한미간 공조체제가 더욱 공고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천문학적인 적자에 신음하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미 정부 지원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은 `명쾌'할 정도로 분명했다.
이 대통령은 자동차산업이 미국의 `자존심'이자 `상징산업'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미국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게 좋다", "미국 자동차산업을 보조해서 잘되면 큰 일 난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필요없다",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한국 부품업체들의 대미수출 증가와 미국내 한국 승용차 틈새시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자동차산업 보조가 반드시 `역기능'만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바마-김정일 위원장 정상회담 가능성과 자동차문제가 미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한국내의 여러가지 관측에 대해서는 `자제'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북미간 직접대화 가능성에 대해) 일부 언론은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국내 정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며 "그러나 한미관계를 좀 더 깊이 알고 이해한다면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미국의 새정권이 들어서면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 자동차 부문의 재협상을 할 것이라는 한국 언론의 추측보도가 많다"며 "오바마 정권이 그 문제까지 깊이 검토할 준비가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은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산업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서 당선된 사람이기 때문에 당선된 뒤 여러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선거 때는 무슨 얘기를 못하겠느냐"는 언급도 곁들여 오바마 당선인이 선거기간 했던 발언과 실제 대통령 취임후 정책결정은 다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언론이) `FTA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이드 레터(부속문서)가 있을 것이다'라고 별별 추측을 하는데 그건 한미가 일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면서 "정부 뜻이 아닌 게 보도돼 그 정보가 미국 정부에 올라갈텐데 안타까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격동기에서 언론의 역할이 크다"면서 "긍정적으로 이끌어야할 책임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산적한 현안때문에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지 묻는 질문에는 "내가 워낙 못해먹겠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않는다"며 "푸념하고 남탓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이 대통령은 미국에 체류중인 이재오 전 의원과 만났느냐는 `돌발 질문'에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되느냐"고 농담으로 받아 넘긴 뒤 "국가적 수준을 얘기하는데 사사로운 얘기를..."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안상수 의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청와대 박병원 경제수석, 김성환 외교수석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