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돌고 도는 역사의 법칙에 비추어 보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진단은 아닌성 싶다. 15세기 인도에선 ‘영국인 같다’고 하면 가축처럼 움막에서 사는 미개인을 의미했다. 하지만 19세기 영국에서 ‘인도인 같다’는 얘기는 하인이나 불결한 사람을 뜻했다. 18세기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인해 양국의 위상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사실 18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GDP(국내총생산)를 추정해 보면 아시아가 경제패권을 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비중이 45%에 달했다는 것이다. 인구 역시 세계의 55%정도를 차지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재무 관료였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씨는 “19세기 초반만해도 중국과 인도가 세계경제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세계경제가 금본위(金本位)경제로 돌아선 1870년이후 영국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에는 아시아가 패권을 쥐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파운드화(貨)가 상당기간 득세한 다음 미국의 달러화가 안방 주인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이 그 시점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08년 세계는 지금 ‘팍스 아메리카’의 신화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세기(世紀)의 대격변을 목도하고 있다.
노무라가 리먼을 인수한 것은 일본이 실로 100년만에 러-일전쟁의 군자금을 빌려준 리먼브러더스에게 보은(報恩)한 것이다.’ 파산한 리먼을 되살려낸 노무라를 역사적 영웅으로 미화한 해석이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